[성명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 중단은 ‘총체적 무능’의 증거, 완전한 백지화를 촉구한다.

2025.06.12 | 설악산

  어제, 국가유산청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희귀식물 이식 공사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5월, 식생 훼손 최소화와 희귀식물 보전 방안 강구 등을 조건으로 사업을 허가했지만, 양양군은 공사에 앞서 반드시 제출해야 할 이행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채 지난 6월 9일 불법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국가유산청이 공사를 중단시킨 것이다.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선 이번 사태는, 지난 10여 년간 사업자인 양양군이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에 기대어 정치적 연줄에만 의존했을 뿐, 정작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는 전무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결국 이번 사태는 양양군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이 빚은 예견된 참사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아고산대에서의 이식 불가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전 검증 절차를 건너뛰려 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 무책임한 행태는 최근 양양군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업의 책임자인 김진하 양양군수가 개인 비리로 구속된 정치적 공백을 틈타,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감행하며 사업을 기정사실로 만들려 한 것은 ‘범죄적 속도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 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알박기’ 방식으로 설악산을 훼손하려던 저의가 명백하다.

   뒤늦게나마 불법 공사를 중지시킨 국가유산청과 달리, 국립공원 관리의 책임을 진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의 행태는 더욱 개탄스럽다. 환경부는 동일한 조건부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내어준 당사자임에도, 양양군의 명백한 위법 행위 앞에서 ‘공사 중단 근거가 없다’며 사실상 불법을 방관했다. 이러한 방관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립공원공단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원 관리의 주체여야 할 공단이, 양양군이 구성해 운영 중인 ‘모니터링 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자의 ‘공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희귀식물 이식 작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자신들이 지켜야 할 국립공원의 훼손에 앞장선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즉시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해결의 길은 명확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국가유산청은 ‘과학적 검증’과 ‘투명한 공개’를 이행하라!
국가유산청이 밝힌 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철저히 검토’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여, 이번 불법 공사로 인한 훼손 실태와 이식 과정의 문제점을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근본적인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더 이상의 땜질식 처방으로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하나, 정부는 무너진 국가보호지역 관리 체계를 바로 세우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사항들을 전면 재검토하라!
정부가 강력한 조정자 역할을 맡아, 정치적 논리와 토건 자본의 탐욕으로 얼룩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특히 국가유산청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국립공원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 모두 ‘조건부’로 통과된 만큼, 해당 조건들의 이행 여부를 원점에서부터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설악산을 지키는 것은 특정 정권의 과제가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원칙이 바로 서지 않는 개발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설악산의 온전한 보전과 오색케이블카 사업 백지화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불법과 부실로 점철된 사업에 다른 길은 없다. 백지화가 유일한 답이다.

2025년 6월 12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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