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설악산의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막기 위한 법원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2025.06.16 | 설악산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자연유산의 심장인 설악산을 파괴하려는 시도에 맞서, 비통한 심정으로 춘천지방법원 앞에 섰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이 양양군에 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원사업시행허가’의 효력을 즉시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을 멈춰달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이것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자산을 파괴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를 지켜낼 것인지,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을 향한 시대적 질문입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남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한번 설치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고, 이로 인한 환경상 이익 침해가 계속될 것”이라는 명료한 이유로 집행정지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하물며 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인 설악산에 가해질 피해는 남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 광범위합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본질은 경제 개발이 아닌, 국가적 자산의 파괴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만약 이 사업이 강행된다면, 설악산의 생태계는 총체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첫째, 사업계획에 명시된 상부 정류장과 대규모 탐방로는 설악산의 가장 예민하고 가파른 아고산대 지형에 건설되어,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지형을 영구히 훼손하고 심각한 토양유실을 야기할 것입니다.

둘째, 이 과정에서 암석에 뿌리내려 이식조차 불가능한 만병초와 기후변화의 지표종인 분비나무 군락 등 세계적인 희귀 고산 식생이 소멸되면서,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천혜의 경관 또한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셋째, 사업 예정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핵심 서식지로, 케이블카 건설과 운영은 이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 것입니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직접 부실한 보전 방안을 지적하며 공사를 중지시킨 사실은, 최소한의 검증조차 없이 사업을 마구잡이로 강행하려던 사업자 양양군의 무책임한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명백히 증명합니다.

이처럼 지형, 식생, 야생동물 등에 가해질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야말로, 설악산국립공원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존재 이유 자체를 무너뜨리는 재앙입니다.

한번 파괴되면 그 누구도, 그 어떤 최첨단 기술로도 되돌릴 수 없는 설악산의 위대한 자연은, 법이 규정하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가장 명백한 증거이며, 이를 시급히 막아야 할 ‘긴급한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불확실하고 과장된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국립공원의 심장을 파괴하는 사업을 막는 것은 결코 공공복리에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으로 공공복리를 해친 것은, 법과 원칙을 뒤엎으며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던 장본인들입니다. 주동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고 사업 책임자인 김진하 군수마저 구속되면서 이 사업은 이제 추진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을 뿐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질 주체조차 없는 ‘유령 사업’으로 전락했습니다.

설악산을 온전히 보전하여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공공복리입니다.

법원이 우리의 간절한 호소에 현명하고 용기 있는 판단으로 응답해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부디 불확실한 경제적 이익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산이자 미래의 희망인 설악산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반드시 인용하는 역사에 남을 공익적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2025년 6월 16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