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설악산 파괴의 길을 터준 환경부와 그 감독 책임을 방기한 조현수 원주지방환경청장을 강력히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누군가는 식물 한 포기 옮겨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단순히 식물 몇 포기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립공원의 가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자,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근간을 지키는 원칙의 문제다. 하나의 약속이 무너지면, 모든 원칙이 무너진다.
지난 6월 18일, 우리는 원주지방환경청장과 마주 앉아 설악산의 비통한 신음을 전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명시된 핵심 협의 조건들, 즉 ‘법정보호종 추가 현지 조사’, ‘실효성 있는 이식·복원 계획 수립’, ‘보전 가치가 높은 훼손 수목의 이식 방안 마련’과 같은 선행 과제들이 단 하나도 검증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한, 바로 그 순간에도 사업자의 공사 인력들이 설악산을 무참히 짓밟고 현장을 훼손하고 있음을 똑똑히 고발했다.
우리의 요구는 과도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원주환경청 스스로 작성하고 통보한 조건부 협의 의견서를 펼쳐 보이며, 그 내용을 그대로 되물었을 뿐이다. 공사 전에 훼손되는 식물의 목록을 만들고, 종별 이식계획을 수립하여 검증받는 것은 그들이 명시한 당연한 책무다.
우리는 바로 그 당연한 책무가 이행되었는지를 물었다. 우리의 질문에 과연 잘못된 부분이 단 하나라도 있었는가.
당시 원주지방환경청장은 “관련 조치를 취하고 공식 입장을 회신하겠다”고 우리 앞에 분명히 약속했다. 우리는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 약속은 완전한 거짓이었다. 원주지방환경청장은 면담 이후 지금까지 단 하나의 조치도 내놓거나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우리의 연락마저 의도적으로 피하며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장이 책임을 방기하고 숨어버린 사이, 사업자 양양군은 엊그제 월요일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설악산의 살점이 파헤쳐지고 있는데, 이를 감독해야 할 기관과 그 수장은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장의 이러한 행태는 단순한 직무유기를 넘어선 명백한 ‘공모’이자 ‘유착’이다. 관리·감독 기관의 수장이 아닌 사업자의 ‘방패막이’이자 ‘대변인’을 자처한 것과 다름없다.
국가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어찌 감히 국립공원 파괴의 편에 설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작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주지방환경청장에게 묻는다. 당신은 대한민국의 환경을 지키는 국가공무원인가, 아니면 특정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인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국립공원의 훼손을 방관하는 당신이 과연 그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당신은 환경을 지키는 공무원이 아니라 로비스트에 불과하며, 그 자리를 지킬 자격 또한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설악산 파괴를 방조한 직무유기에 대해 즉각 사죄하라!
하나,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지금 당장 희귀식물 이식 공사에 대해 중단 명령을 내리고, 약속했던 사전 검증 절차에 착수하라!
하나, 환경부는 현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여 원주환경청에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명령하라!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끝까지 싸울 것이다.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장은 더 이상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우리의 요구에 즉각 답할 것을 촉구한다.
2025년 6월 25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