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이 법과 원칙을 무시한 공사로 신음하고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자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의 핵심 조건조차 이행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식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이 심각한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환경보전 책무를 스스로 내팽개친 명백한 직무유기다.
환경부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동의해 준 최종 책임 기관이다. 환경부가 스스로 내건 협의 조건에는 ‘법정보호종 추가 현지조사’, ‘실효성 있는 이식·복원 계획 수립’, ‘보전 가치가 높은 훼손수목의 이식 방안 마련’ 등 공사 착공 전 반드시 검증해야 할 까다롭고 구체적인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모든 사전 검증 책임을 내팽개친 채, 국가유산청이 내린 공사중지 명령이 시효를 다하자 마치 자신들의 권한과 책임도 함께 사라진 양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자기부정이자, 국민이 부여한 감독 권한을 포기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환경부 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원주지방환경청장의 무책임한 행태다. 환경 파괴의 현장을 단 한 차례도 와보지도 않은 책임자가 어떻게 국민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금 도대체 무슨 조치를 취하고 있단 말인가. 그의 부재는 단순한 태만이 아니라, 국립공원 보전이라는 국가적 책무를 방기하겠다는 무언의 선언이다. 법치를 수호해야 할 공직자가 스스로 그 권위를 무너뜨린 것이다.
아울러, 지금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으나 사업자 뒤에 숨어 불법을 비호하고 있는 국립공원공단에도 엄중히 경고한다. 지금과 같은 기만적인 행태로 국민을 우롱하다가는 더 큰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식의 무원칙한 행정과 사업자의 오만함이 야합하여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 재앙뿐이다. 한번 파헤쳐진 원시림과 희귀 생명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붕괴와 법치주의의 훼손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제는 현 정부의 환경 철학을 가늠하는 시금석과도 같다. 미래 세대는 파괴된 설악산을 보며 법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 우리 세대의 무능을 통탄하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피 끓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환경부는 법 절차를 무시한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즉각 중단시켜라!
하나,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의 이행 여부를 원점에서부터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재검증하라!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을 기만한 조현수 원주지방환경청장을 해임하라!
하나, 이재명 정부는 설악산 보전 원칙을 재천명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만약 우리의 이 정당한 요구가 또다시 무시된다면, 정부는 설악산을 지키려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설악산 보전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국가의 의무다.
2025년 6월 23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