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진하 ‘오색케이블카 군수’ 징역 확정… 이제 ‘구속된 설악산’을 자연에 돌려줄 때

2025.06.26 | 설악산

2025년 6월 26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은 뇌물수수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진하 양양군수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10년간 양양군정을 이끌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모든 것을 걸었던 그의 시대가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렸다. 이번 실형선고는 한 개인의 비리를 넘어, 특정 사업에만 몰두하며 주민의 삶을 외면한 행정이 어떤 파국을 맞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10년의 집착, 멍들어 버린 양양
김진하 군수는 2014년 취임 이후 지난 10년간 ‘오색케이블카’의 대명사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허가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지만, 사업은 끊임없는 환경파괴 논란과 사회적 갈등에 부딪혔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정치권에 기대고 행정력을 총동원하며 반대 여론을 억누르는 동안, 양양군의 행정은 안으로 멍들고 있었다.

2024년 기준 양양군의 재정자립도는 10.1%로,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살림을 꾸리기 힘든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케이블카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장밋빛 청사진 뒤에서 군민의 삶에 필요한 복지, 경제, 생활 인프라 투자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심과 사법부의 심판, 동력 잃은 케이블카
독단적인 군정에 대한 민심의 경고는 이미 존재했다. 비록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지만, 뇌물수수 혐의 등이 불거진 후 추진된 주민소환 투표는 투표율 32.25%를 기록하며 그에 대한 퇴출 여론이 거셈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이는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이번 사법부의 판결은 이러한 민심에 쐐기를 박았다. ‘오색케이블카가 김진하이고, 김진하가 오색케이블카’였던 지난 10년의 세월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이다. 특히 사업의 핵심 축이었던 지역 책임자가 직을 상실하고, 윤석열 파면으로 중앙 정부의 ‘무조건 추진’ 동력마저 약화되면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정당성과 동력을 사실상 모두 잃었다.

‘구속된 설악산’ 해방과 새로운 과제
한 사람의 아집과 독선이 어떻게 지역 사회에 깊은 상처와 갈등을 남기고 행정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똑똑히 확인했다. 이제 김 군수의 시대가 끝난 것을 계기로, 수십 년간 개발 논리에 갇혀 있던 설악산을 ‘해방’해야 할 때다. 부실한 사업계획과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서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이제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양양군은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고, 진정으로 군민의 삶을 돌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하는 행정으로 거듭나야 한다. 설악산은 한 군수의 치적을 위한 도구가 아닌, 우리 모두와 미래 세대를 위한 귀중한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 10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설악산의 가치를 보전하며 양양군의 경제 회복을 지원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2025년 6월 26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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