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통과가 케이블카 사업을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

2025.07.04 | 난개발, 설악산

[환경영향평가 통과했으니 됐잖아요?]

“케이블카 공사를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적법한 절차를 통과했습니다. 케이블카 공사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니 진행하겠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 평가하고 저감 방안 마련의 기반이 되는 절차입니다. 환경부가 협의했으니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건데, 과연 그럴까요? 그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닌 이유 함께 살펴봅시다.

환경영향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여러 꼼수가 아예 패턴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작성하고, 평가 기간 및 예산/인력이 충분치 않은데다가, 정보공개 및 주민 의견수렴절차가 미흡한 현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평가 여부를 협의해버리는 환경부 역시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사례를 함께 살펴볼까요?

  1. 사업 쪼개기(a.k.a. 분할 개발)

하나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면? 여러 개의 소규모 사업으로 분할해 각각의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에 못 미치게 만들면 되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보다 절차가 간소한데다가 설명회,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의무가 아닙니다. 또한 각 사업이 중첩되고 누적되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도 어렵기 때문에 사업 통과가 쉬워집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2. 환경영향평가서 허위·부실 작성

꼭 사실대로 써야 하나요? 현황자료, 조사결과 등을 거짓으로 쓰거나, 환경영향이 적은 것처럼 축소·왜곡 보고하면 되는 걸! 사업 예정지의 생태적 가치가 높으면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나지 않을 수 있어 고의로 멸종위기종 서식 등의 조사 사항을 누락하여 거짓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작성합니다. 조사시간 및 범위 역시 부풀리거나 왜곡하지요. 여름에만 조사해서 겨울 철새를 누락할 수도 있어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부산 대저대교, 제주 비자림로 등등 사례는 셀 수도 없습니다. 거짓으로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들이 계속해서 영업을 이어가는 것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3. 환경영향평가서 못 본 척 하기

아예 건너뛰어도 되겠네?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기 전에 공사를 시작하거나, 평가 절차를 누락한 채 사업을 진행해버리면 되지요.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나 인허가 과정의 허점, 사업자의 고의적 무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일입니다. 일단 자연을 파괴해놓고 몰랐다고 하면 되는 일인가요? 사과하면 자연이 다시 복원되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4. 숲가꾸기 사업하고 생태자연보전등급 낮추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 골프장을 짓고 싶다면 ‘숲가꾸기’ 사업을 해보세요. 숲의 건강을 핑계로 마구 벌목하고 나면 생태자연보전등급이 낮아지거든요. 지리산 구례군 산동면에서 진행되는 골프장 건설 사업도, 건설 허가를 위해 축구장 30개 면적의 숲을 베어버린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경영향저감조치만 제시하면 개발 사업 문제 없다?

환경부는 ‘조건’을 내걸고 자연파괴에 협의했다면 최소한 사업자가 그 조건을 지키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검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사업자가 직접 검증하도록 방치하거나 공사 후 현장을 방문해 사전 조치에 대한 검증이 어렵도록 책임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조건부 협의 후, 공사 착공 전’의 명백한 관리·감독 의무는 사업자가 아닌 환경청에 있습니다.

현재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이행을 조사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법적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사업자와 승인기관이 동일해 환경청장이 적극적으로 감독해야 합니다.

희귀식물 이식 공사 같은 사업자의 이행 계획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환경부. 그럼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정말 문제 없나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자연과 우리 모두를 해칩니다.

쪼개고 거짓말하고 못 본 척하는 환경영향평가 통과했다고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주어지는 실태. 되돌릴 수 없는 자연 환경을 이렇게 허망하게 파헤치게 두어도 될까요? 자연을 파괴할 근거를 만드는 환경영향평가가 아니라, 자연을 보호할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는 환경영향평가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할 거면 엄두도 내지 마라!

조건부 자연 파괴, 하다 못해 그 조건이라도 잘 지키길 바라는게 욕심인가요?

자연은 쉽게 부수고 새로 세우는 팝업 스토어가 아닙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