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카는 교통 약자를 위해 만드는 건데요?]
“어르신, 유아, 장애인들은 산에 가기 힘든데, 케이블카 설치하면 편하지 않나요? 케이블카 설치 반대는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주장이에요!”
케이블카 사업자가 자주 하는 주장입니다. 개인의 수익 사업이 마치 교통 약자의 권리를 위한 공공 사업인 것처럼 호도하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국내 케이블카들은 휠체어 등 교통 약자의 탑승을 배려하여 설계되었을까요? 아니, 애초에 휠체어를 타고 케이블카가 설치된 산까지 갈 수 있나요? 교통 약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일까요 혹은 산 꼭대기로의 편리한 접근권일까요?
“케이블카, 정말 교통 약자를 위해 만들었나요?”
사업자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 약자의 ‘산 접근권’과 ‘문화 향유권’을 내세워 당위를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국내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의 대부분은 휠체어 등 교통 약자의 탑승이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입니다. 전국 199개 케이블카·모노레일 중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탈 수 있는 시설은 3%에 불과합니다. 많은 시설이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기를 요구하거나, 승강장과 차량 내부가 좁아 탑승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인데 내려서 일반 의자에 앉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심한 모욕감을 줍니다.”
“여기까지 장애인이 올 줄 몰라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케이블카까지 갈 수나 있나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케이블카를 설치하더라도, 애초에 산 입구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휠체어를 타고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나요? 자동차를 타고 케이블카 탑승장에 간다 하더라도 산에 무장애 탐방로가 부족해 실질적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뿐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 대신, 케이블카 주변 인프라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환경파괴로 욕 먹기 싫어서 교통 약자 핑계대기?”
케이블카 설치 논쟁에서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내세우는 것은 환경파괴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수단입니다. 교통 약자의 접근성 운동이 생태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운동이 될 수 없으며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장애인단체의 의견도 있었지요(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교통 약자의 접근성을 위한다면 진정성을 갖춘 합리적 방식으로 사회의 합의를 얻어야 합니다.
이동권 논의에 필요한 이해 – 교통 약자
우리는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교통 약자가 됩니다. 아기일 때는 유모차를 타고, 장애를 얻으면 휠체어를 타고, 나이가 들면 지팡이에 의지하지요. 게다가 장애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재가장애인(외출이 어려워 생활반경이 주로 집에 한정된 장애인)의 장애 요인은 88%가 후천적이라고 합니다. 병이나 사고를 겪으면 어제까지 편하게 이용했던 대중 교통이 갑자기 접근 불가 시설이 되는 거지요. 교통 약자의 접근성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일인만큼 일상을 바꾸는 실질적 논의와 대안이 필요합니다. 교통 약자를 볼모로 자연 파괴 논리를 펼치는 대신, 실제로 교통 약자가 당장 필요로 하는 이동권을 함께 세워나갑시다.
누굴 위한 케이블카?
진정으로 이동권을 보장하고 싶다면 ‘케이블카 설치’만 이야기해선 안됩니다. 교통 약자의 전체 이동 경로와 인프라, 법적·제도적 보완, 당사자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동권 보장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이동권은 우리 일상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