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내일(12일)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을 주재한다. 도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진정 강원의 마음 깊은 곳에 다가가고자 한다면, 개발의 구호와 정치적 수사 아래 10년째 신음하고 있는 저 장엄한 설악산의 절규부터 직시해야 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지난 수십 년의 갈등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 그리고 국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국립공원의 심장에 쇠말뚝을 박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과학적 경고와 절차적 비정상이 있었으나,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행정적 실패를 넘어선, 더 근본적인 성찰 없는 오만이다. 우리는 산을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았을 뿐, 그곳에 깃든 생명과 우리가 의존하는 생태계의 근원으로서 존중하지 않았다. 설악산의 절규는 이러한 인간 중심적 오만에 대한 자연의 마지막 경고다.
이제 우리는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이 케이블카 사업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이며,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
10년 전의 장밋빛 약속은 이미 빛이 바랬다. 사업비는 기존 460억 원에서 1,172억 원으로 2.5배 이상 폭증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투명한 운영 계획은 지역 경제의 활성화가 아닌, 미래 세대에 대한 용납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범죄행위다. 소수의 개발 이익을 위해 지역 공동체는 분열했고, 강원도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저당 잡혔다. 파괴를 통해 얻는 단기적이고 불확실한 이익이 아닌, 지역 고유의 가치를 지키며 장기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길에 대한 명확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정부들이 답습했던 탐욕과 파괴의 ‘낡은 개발 패러다임’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결단으로 생명과 공존의 시대를 열 것인가.
더는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적 결단을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즉각 백지화하라. 이는 붕괴한 원칙을 바로 세우고, 우리 사회가 상식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책임지고 설악권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파괴가 아닌 보전에 기반한 새로운 비전과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라.
대통령은 설악산에 드리운 탐욕의 쇠줄을 걷어내고, 강원도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대전환을 결단해야만 한다. 그것이 진정 강원의 마음을 듣는 것이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2025년 9월 11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문의: 자연생태팀(leeds@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