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중대한 갈림길에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사업자인 양양군은 오늘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제1행정부에 내년 봄 전문가 합동 조사를 통해 이식 대상을 다시 확정하고, 조사 완료 시까지 해당 구역의 벌목을 중단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는 단순한 공사 지연이 아니다. 그동안, 이 사업이 얼마나 부실하고 무책임하게 추진됐는지를 사업자 스스로 시인한 명백한 증거다.
이번 사태는 사업 추진 역량의 부재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착공 전 필수 선행 과제인 희귀식물 이식조차 실패했다는 사실은 사업자가 환경 영향을 감당할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방증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감독 기관의 직무 유기다. 그동안 원주지방환경청, 국가유산청, 국립공원공단 등 책임 기관들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현상변경허가의 핵심 전제 조건인 ‘희귀식물 이식 대책’이 현장에서 무참히 깨지는 동안, 국가 보호지역 관리 시스템은 멈춰 있었다.
이에 따라 애초 지난 7월로 예정됐던 가설 삭도 설치 공사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미 신뢰가 바닥난 상황에서 향후 진행될 이식과 검증 과정이 순탄할 리 만무하다. 사업 표류가 장기화함에 따라 환경적 타당성은 물론, 최근 양양관광개발공사 설립 무산으로 드러난 경제적 타당성마저 상실했음이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사업자의 기만적인 태도다. 현재 1,107명의 시민이 제기한 공원사업시행허가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이 진행 중이다. 12월 10일 공판을 코앞에 두고 양양군이 돌연 ‘벌목 중단’을 선언한 시점은 고도로 계산된 ‘꼼수’로 읽힌다. 자신들의 잘못인 이식 실패를 ‘관계 기관 협의’로 포장하고, 자발적 중단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재판부에 “집행정지의 긴급성이 없다”라는 논리를 심어주려는 의도다. 자신들의 귀책 사유를 오히려 법적 방어 논리로 악용하려는 얄팍한 술수다.
이 와중에도 국립공원 구역 밖인 하부정류장 일대에서는 자체 조사 결과 희귀식물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벌목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이는 이미 부실함이 드러난 조사를 근거로 어떻게든 재판을 모면하고 사업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아집이자 이율배반적인 행태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더 이상 수선이 불가능한 ‘회생 불가’ 판정받았다. 무능한 사업 추진, 관계 기관의 방임, 그리고 사법부를 기만하려는 태도까지 확인된 이상 사업 지속의 명분은 완전히 소멸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꼼수 중단’이 아닌 ‘완전한 백지화’다. 그 첫걸음은 다가오는 12월 31일 종료되는 공사 기간 연장 허가를 불허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방치하지 말고, 사회적 갈등 해소와 국립공원 보전을 위해 즉각적인 사업 취소와 대안 모색 등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5년 11월 17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문의: 자연생태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