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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잿빛 몸, 짧고 굵은 뿔, 검은 얼굴, 크고 순한 눈망울, 쫑긋 세운 귀, 멱에 흰털, 단단하게 딛고 선 앞발, 먼 곳을 바라보고 선 산양의 당당한 아름다움에 눈길을 땔 수 없는 까닭은 크고 순한 눈망울 속에 담긴 불안과 슬픔 때문이다. 생명의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천연기념물 217호,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국가적색목록 취약종인 산양의 모습이 오색에서 끝청봉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 예정 노선에서 무인카메라에 잡혔다. 발자국과 똥만으로도 이미 이곳에 산양이 살고 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굳이 무인카메라로 모습을 찍은 것은 이곳에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결정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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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산양이 마음 놓고 살 수 없도록 만드는지, 어떤 것이 가장 큰 문제인지 가늠해 보았다. 출입이 통제된 구간에 불법으로 드나드는 등산객들의 문제도 있지만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생태계 전반에 걸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어떻게 하든 케이블카 설치는 막아야할 일이며 설악산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인 것이다. 산양이 사라진 설악산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는 말인가?
[/vc_column_text][vc_column_text]케이블카 예정노선에서 무인카메라로 산양을 찍기로 하고 오색에서 끝청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 오르면서 산양의 흔적을 꼼꼼하게 찾아보았다. 양지 바른 남쪽 비탈에 바위가 어우러진 산줄기는 산양이 살기에 매우 알맞은 곳으로 똥이나 먹이흔적, 발자국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날 노선을 따라 산양조사를 하면서 이런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사람들의 돈벌이에 혈안이 된 모습이 떠올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몇 대의 무인카메라를 지고 산양의 흔적을 보았던 자리를 찾아 오르면서 사진 속에 담길 산양을 벌써 그리워하는 나를 본다. 산양이 지나다니는 길이 어렴풋하게 이어지던 커다란 바위 아래 가파른 비탈에는 눈이 쌓였고 눈 위에 산양발자국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눈이 그치고 햇볕이 따사로운 날 두리번거리며 지나갔을 산양을 그려보며 굵은 나무기둥에 무인카메라를 매달았다. 산양이 지나다니는 길이 잘 보이도록 방향을 잡고 무인카메라 앞에서 산양처럼 네발로 걸어서 지나가 본다. 그리고 잘 찍혔는지 들여다 보고나서 무인카메라 줄을 꽉 조여 단단하게 매달았다. 무인카메라 앞에서 움직임에 따라 몇 초 간격으로 찍히는 산양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때면 생명의 경이로움과 야생의 당당함을 깊이 느낀다. 그렇게 찍힌 사진으로 산양의 삶을 이야기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꿀 수 있기에 무인카메라를 매달 때마다 두 손을 모으고 제대로 잘 찍히기를 빌게 된다. 몇 군데 무인카메라를 매달고 산길을 내려오면서 언제쯤 다시 오면 될까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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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배터리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해 자주 산을 오르내려야 했지만 지금은 배터리의 성능이 좋아져 한 달 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바쁘고 궁금해서 견디지 못하고 올라와 확인을 하곤 한다. 겨울답지 않은 날들이 지나고 햇빛이 가득한 날 거친 바람 속에 산에 올랐다. 가파른 산줄기를 타고 오르면서도 산양이 찍혔을지 궁금해 발걸음이 빨라진다.
숨이 턱에 차고 나무를 뒤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흠뻑 빠질 때쯤 무인카메라를 매단 곳에 닿았다, 주변을 돌아보며 어떤 흔적이 남아있는지 찾아본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은 햇볕에 녹아 커다랗게 퍼져 있었고 눈 속으로 파고들었던 똥은 낙엽 위에서 반짝이며 마르고 있었다. 산양이 찾아와 쉬었다간 것이 틀림없다. 무인카메라를 열고 저장장치를 꺼내 디지털카메라에 넣었다.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며 조바심이 났다. 사진 속에서는 지난날들이 스쳐가고 있었다. 눈이 오고 해가 뜨고 어둠 속에서 청설모가 꼬리만 살짝 보이기도 했다. 뿌옇게 안개 속에 묻힌 산비탈이 이어지다가 드디어 한쪽에 슬쩍 산양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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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이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한동안 꼼짝할 수가 없었다. 무인카메라에 찍힌 산양 사진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케이블카 예정노선에서라는 절박함이 있었나보다. 산양은 엎드려 풀을 뜯다가 고개를 들어 먼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으로 사진 속에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유난히 커 보여 왠지 슬퍼 보이기까지 했다. 늘 야생의 당당한 모습으로 여겨지던 산양이 왜 슬퍼보였던 것일까? 한겨울의 두툼한 털로 온몸을 감싼 야생의 당당함도 여전한데 순하고 커다란 눈망울 속에서 배어나오는 불안과 슬픔은 나만 느끼는 것일까?
강원도와 양양군 그리고 환경부는 그곳이 산양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그냥 지나다니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산양의 똥과 발자국과 먹이흔적이 있는 곳, 드디어는 산양의 모습까지 무인카메라에 찍힌 곳이 산양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우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환경부까지 케이블카를 놓도록 애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곳은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양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인 삵, 담비, 하늘다람쥐의 흔적도 발견된 그들의 삶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대도 케이블카를 놓겠다면 설악산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은 물론 산양과 삵, 담비, 하늘다람쥐도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하고 케이블카를 놓아야할 것이다.
사진 속 산양은 말한다. 이곳은 산양들의 삶터이며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라고. 누구에게도 그런 권리는 없다고. 산양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느꼈던 불안과 슬픔은 내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산을 내려오며 산양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설악산이 되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더욱 거칠어진 바람 속에 해는 서산을 넘고 붉은 노을에 온몸이 뜨거워진다.
글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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