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화 문화재청장님! 국회와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2016.02.16 | 설악산

우려와 논란으로 가득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8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그 동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절차로 진행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 시작이었던 환경부 국립공원회의 심의과정 조차도 사업자의 부실조사, 조사자료 누락, 보고서 조작, 유례없는 구성에 따른 투표강행 등 여러 논란에 휩싸였었습니다. 부정, 부패, 부실로 시작되었으니 그 이후 과정들도 우려와 논란으로 가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천연보호구역 안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없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협의, 자연경관심의, 공원사업시행허가,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심의 등의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현상변경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일 뿐만 아니라 문화재청에 의해서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1호)’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때문에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심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말 그대로 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할 것인지 아니면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를 규제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없습니다.

문화재청은 설악산을 국가문화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동시에 추진하며, 설악산의 인류공동유산으로서 가치를 전 세계에 공고히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재청은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왔을까요? 1982년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심의 과정에서 부결시킨바가 있습니다. “천연보호구역 안에는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없다”라고 강원도등 관계기관에 통보하며 문화재위원회의 공식의견을 엄중히 밝힌 것입니다.

천연기념물 관리에 손을 놓은 문화재청, 국회의 요구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문화재청은 설악산 관리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관리예산이 지난 15년간 거의 배정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고,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이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에 있었음에도 이에 따른 보존 노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회는 문화재청에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당시 요구한 ‘환경단체 참여’를 묵살하고, 설악산의 여러 천연기념물 중에 오직 산양에 국한한 조사를 서둘러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위원회 또한 자칫하면 작년 8월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부실한 과정과 논란에 휩싸인 채 심의를 일축할 가능성이 큽니다. 온전한 ‘문화재현상변경심의’를 위해서는 사업추진 측만이 아니라 시민·환경단체도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때와 같은 논란을 반복하지 않고 신뢰가 확보된 엄정한 심의를 위해서는 설악산 전체에 대한 현장조사와 환경단체의 조사 참여, 이에 대한 의견개진 보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천연기념물 171호 설악산에 케이블카는 안 됩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님! 국회와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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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국가와 인류의 문화유산인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책임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온전히 하고,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엄정히 심의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문화재청이 1982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심의 당시와 같은 엄정한 잣대로 지금의 설악산에도 응답하길 바랍니다.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도 봄 소식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추운 날씨지만, 문화재청의 응답을 기다리며 1인 시위에 나섭니다. 봄 소식이 곧 오겠지요!

문화재청은,
첫째,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설악산 산양조사에 환경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
둘째, 문화재위원회에 환경단체의 직접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하라!
셋째, 문화재청장은 즉시 면담요구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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