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은 모순이다!

2017.06.27 | 설악산

국립공원과 생태계서비스 콜로퀴움 축사

조현철(신부, 한국환경회의, 녹색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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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립공원 탄생 50주년을 맞았습니다.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국립공원은 50년 동안 어느새 22곳으로 늘어났습니다. 환경부는 오늘부터 3일간 각종 축하행사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연다고 들었습니다. 50년, 반세기. 숫자로 보면 충분히 의미 있고, 각종 경축 행사가 어울리는 때입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국립공원과 관련한 소식들을 생각하면 제 마음은 불편해지고 부끄러워집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는 ‘산악열차’ 이야기가 떠돌아다닙니다. 전국의 주요 산지의 개발 계획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설악산입니다. 잘 알다시피, 작년 12월 말,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문화재위원회에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헌데, 지난 6월15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설악산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 불허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라는 곳이 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인 설악산에 이런 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오늘 우리나라 국립공원이 처해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덕담만 할 수 없으니, 얘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국립공원의 법적 근거가 되는 자연공원법은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보전과 이용의 두 측면 사이에는 갈등의 여지가 있습니다. 정부는 기회만 되면 보전이 아니라 이용, 즉 개발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것이 국립공원의 현실입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도 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는 이미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나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된 사업입니다. 그런데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는 이전과 별로 달라진 내용도 없는 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이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환경영향평가가 모두 부실, 조작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사업을 강행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국립공원위원회와 환경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설악산 개발은 환경부나 국립공원위원회가 아니라 문화재위원회가 겨우 막아냈습니다. 헌데 중앙행정심판위원회라는, 자연생태계와 무관한 부서가 다시 이것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며칠 전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말해주듯, 이렇게 파행적으로 추진해온 설악산케이블카사업과 관련해 책임진 사람은 환경부나 국립공원위원회에 없습니다. 온몸을 던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막았던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책임 추궁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환경부는 국립공원 50주년을 기리는 축하 행사와 함께 분명한 반성의 자리도 마련했어야 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콜로퀴움이 그런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자연공원법의 목적으로 명시된 자연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해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오래 전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은 모순이고, 사기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존의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말이 의미 있으려면, 발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 자기 제어, 절제라는 기제가 발전에 내재되어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성립됩니다. 지속가능한 이용도 마찬가집니다. 기존의 ‘이용’을 고집하는 한, 지속가능한 이용이란 없습니다. 그저 할 수 있는 한, 편익을 낼 수 있는 한,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계속 개발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을 뜻할 뿐입니다.

자연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우선 아니냐는 주장은 일견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과 자연은 그런 식으로 분리할 수 있는 이질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과 자연, 세상의 모든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사회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사람도 존중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자연도 그렇게 다룹니다. 땅을 마구 파헤치고 나무를 마구 베어버리는 사회는 사람도 그렇게 함부로 쓰고 버립니다. 그래서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을 비롯한 각종 산지개발사업과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노동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아무쪼록 국립공원 50주년이 다시 한 번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더 나아가 타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환경부를 비롯한 자연생태계의 보전에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가다듬는 뜻 깊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10년 후, 국립공원의 환갑을 우리 모두 진심으로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길 빕니다.

공동체의 개념을 자연으로 넓힌, 아니 사람이 자연이라는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했던, 미국의 생태주의자 알도 레오폴드가 제시한 ‘대지 윤리’를 되새기며 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어떤 것이 생명 공동체의 온전함, 안정성, 아름다움의 보존에 이바지한다면 그것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A thing is right when it tends to preserve the integrity, stability, and beauty of the biotic community. It is wrong when it tends other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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