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언어생활] OO충? 곤충도 억울해 |곤충, 혐오의 존재가 아니라 공존의 주체로

2023.03.02 | 설악산

©월간옥이네

OO충에 대한 반성의 자리에 벌레 혐오에 대한 고민은 없다

욕은 혐오의 감정에서 온다. 그중에서도 OO충은 2000년대 초반에 새로 나타난 혐오 표현이다. 뇌가 없는 벌레라는 의미로 무뇌충이 사용된 게 시초였다. 그 뒤로 설명충, 진지충까지, OO충의 활용는 넓어져 갔다. 국가인권위는 이에 “세상 누구도 벌레처럼 무시되고 경멸 되어선 안” 된다고 사용을 자제해보자 한다. 이런 분위기에선지 몇몇 미디어에서는 벌레 충(蟲)이 아닌 충성할 충(忠)을 자막에 병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벌레는 혐오해도 된다는 마음은 여전한 것 같다.

다른 생명들의 먹이원이자,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곤충

인간이 벌레를 혐오하는 문화를 알게 되면 벌레들은 꽤 억울할 것이다. 이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는 벌레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벌레의 역할은 땅의 유기물 분해 능력이다. 벌레는 땅을 파헤치고 다니며 땅에 공기를 통하게 해 땅이 호흡하게 한다. 생명체들이 죽으면 이 생명체들을 분해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역할을 곤충이 한다. 대표적 일례로, 과거 호주에서 유럽에서 데려온 가축들의 배설물들이 호주의 토양에서 분해가 안 되자 유럽과 아프리카의 딱정벌레를 데려와 문제를 해결했다.

두 번째로 곤충은 이 식물, 저 식물로 옮겨 다니며 식물의 대를 잇는 역할을 한다. 바람과 새도 이 역할을 하지만, 우리가 먹는 곡물의 75%가 곤충을 통해 수분이 이룬다 하니, 곤충의 공이 크다.

세 번째로는 다른 동물들의 식생의 근간이 되어주는 일이다. 척추동물의 약 60%는 생존을 위해 곤충이 필요하다. 이들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새, 개구리, 담수 어류 중 많은 종이 사라지게 된다. 곤충이 식물을 자라게 하고 동물들의 먹이가 되니, 이들 없이는 인간 역시 먹고 살아갈 수 없다. 

곤충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곤충이 100여 만종에 이르지만, 이는 정식 기록일 뿐 2백만 종에서 3천만 종 사이의 곤충이 존재하리라 추정할 뿐이다. 안타깝게 인류가 파악한 곤충조차도 연구하기도 전에 멸종되고 있다. 곤충학자들은 1년에 몇 차례씩 한살이 과정을 가지는 곤충조차도 최근 5~6년 동안 그 변화 과정을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증언한다. 많이 보였던 종들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약과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 기후변화로 장마와 개화 시기가 변하는 것, 가로등으로 곤충들의 생체 리듬이 바뀐 것, 개발로 서식지의 변화한 것 등. 곤충이 사라지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다. 

AI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됐지만, 한국의 벌이 사라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미국조차 꿀벌 대실종 현상도 원인을 잘 모른 채로 61가지의 가설이 있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곤충이 살고 있는 땅을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곤충들은 땅속과 나뭇잎,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다는 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비옥한 땅 1㎡안에는 1마리의 척추동물이, 1백 마리의 달팽이류가, 5천 마리의 곤충이 산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곤충이 줄어드는 이유를 모르더라도, 적어도 없애지 않는 방법은 명확하다. 그들이 있는 땅,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종이 사는 천혜의 자연은 잃어서는 안 되는 생태계의 최전선이다. 

환경청, 꺾이지 않는 마음을 설악산에 내어야만 할 때

그 천혜의 자연은 천연보호구역, 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등 다양한 구역으로 이름 붙여 국가·국제기관에서 지정하고 보호한다. 이러한 구역으로 몇 겹씩 중첩되어 지정된 곳들에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양양군은 끊임없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제주도는 제2공항을 지으려 하고, 부산시는 가덕도를 밀고 공항을 지으려 한다. 이들 모두 당연히 우리가 지켜야 할 수많은 이름 지어주지 못한 곤충이 있을 것이다. 

곤충들에게도 부동산 뉴스가 있다면 요즘 가장 화젯거리인 뉴스가 당장에 3월 3일 전에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원주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일 것이다. 환경청은 2022년 6월 밀실 협약으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확약서를 써줬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상 근거도 없고, 위법의 소지가 있다. 

곤충들에게 언어가 있었다면 세간이 시끌벅적 했을 테다. 땅 한 평도 내줄 수 없다며 시위가 일어났을 것이다. 이제는 환경부가 양양군의 마음을 꺾어야 한다. 환경 보호를 위한 꺾이지 않는 힘을 보여줘야만 할 때다.

<자연스러운 언어생활>은 자주 쓰는 언어 속에 깃든 언어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 기획되었어요. [녹색연합]과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고민과 대안 표현을 함께 고민해가요.

글. 녹색연합 박이윤정 활동가

이 글은 빅이슈 코리아에 기고한 글을 재수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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