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동계올림픽이 평창으로 결정되었다. 이제 지속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 경기장 후보지 중 하나인 가리왕산 중봉에 활강 슬로프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국가보호림이며 현재도 일체의 개발이 불가능한 ‘국가산림 유전자원 보호림’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부터 지켜온 극상림이 활강 슬로프로
메인 활강, 알파인 경기장 후보지인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직접 보호하는 국가보호림으로 엄격히 관리되었으며 현재도 입산을 통제하는 등 정부가 관리하는 산림 중 가장 강도 높게 보전·관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세운 ‘정선강릉부 산삼봉표’가 가리왕산 중턱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역사유적으로 가치도 높다. 정선강릉부산삼봉표는 민간인 산삼 채취 및 출입 금지 표석으로 정선군 회동리 도룡골에서 평창 진부면 장전리로 넘어가는 마항재(말목재)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산삼봉표는 유형문화재 113호로 지정되어있다.
가리왕산은 원시성에 가까운 천연림으로 분비나무, 주목나무, 사스레나무, 거제수, 신갈나무, 마가목 등의 희귀 수목들과 한계령풀, 금강제비꽃,도깨비 부채 등 희귀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가리왕산의 신갈나무숲은 환경부 기준 녹지자연도 9등급의 절대보존지역이다. 또한 가리왕산 상봉, 중봉, 하봉 주변 대부분이 산림청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이곳에 총 10면의 슬로프계획을 갖고 있으며 그 중 4면이 활강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의 핵심지역이 스키슬로프로 파괴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활강, 알파인 경기장은 관련 부처와 협의도 없이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되었다. 강원도청이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 구역 중 희귀수목이 별로 없는 구역 일부만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상부로 올라갈수록 생태계의 핵심이고, 고도가 높아야지만 살 수 있는 수목들이 있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은 단 1ha라 할지라도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최소한의 면적만 개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리왕산은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 개발이 불가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신청하는 등 업무 처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구촌이 염원하는 올림픽은 환경올림픽
앞으로 강원도는 특별법을 통해서 가리왕산 국가보호림을 스키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국제사회의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도 그렇고 국제올림픽위원회도 그렇고 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국가적인 보호구역을 훼손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90년대 이후 각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며, 경기장 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환경평가와 환경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보라. 현행법으로 불가능한 지역을 올림픽을 이유로 훼손하는 행위는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릴레함메르 올림픽과 시드니 올림픽 등 각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생태계보호구역과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해서 경기장 예정지 이전은 물론, 규모를 조절하는 등 철저한 환경관리를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살아온 고목들을 훼손하면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시대, 지구촌의 행사로는 부적절하다. 정부는 가리왕산의 알파인경기장의 위치부터 입지까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강원도에 있는 하이원리조트, 오투리조트, 동강시스타와 평창 알펜시아와 같은 스키장, 골프장, 숙소 시설을 잘 활용하면서, 친환경적인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11년 7월 8일, 가리왕산이 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KBS 보도 보기 : http://news.kbs.co.kr/tvnews/news9/2011/07/08/2321018.html
MBC 보도 보기 :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885074_5780.html
글/사진 : 자연생태국 활동가 이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