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깨어남’, ‘함께 꾸는 평창의 꿈’, ‘새로운 지평으로의 동행’ 소치올림픽 폐막식에서 발표한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알리는 프레젠테이션 주제들이다.
누구 말마따나 삼수 만에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누구에겐 승리고, 기회고, 희망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원도민과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에게도 그럴까? 분명한 것은 올림픽이 끝나면 1000억 들여 만든 활강경기장은 계속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지 않는 한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고, 강릉에 만들어지는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아이스하키팀이 있는 원주로 통째로 이사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릉까지의 케이티엑스는 강원도민 뒤통수를 겨냥한 부메랑이다. 사람들은 강원도 여행을 당일로 다녀갈 것이고, 강원도민들도 큰 병원에 가거나 쇼핑할 때 서울에 갈 것이다. 결국 ‘평창의 깨어남’은 ‘평창의 잠듦’, ‘강원도의 잠듦’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함께 꿈꾸는 평창의 꿈’은 다수 강원도민을 소외시키고, 부동산 투기 같은 ‘그들만의 꿈’으로 마무리될 것이 분명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환경올림픽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정작 3일짜리 활강경기 앞에 조선시대부터 나라가 보호해온 500년 원시림은 무기력하다. 그곳이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단지 강원도가 가리왕산을 활강경기장 예정지로 정했으니까, 국제스키연맹이 그렇다니까 아무 소리 말고 잠자코 따라오란다. 국제스키연맹 규약집은 활강경기에 있어 ‘투런(2RUN)’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표고차 800미터가 활강경기장 기본인데, 개최국 지형여건상 표고차를 충족하지 못할 때에는 450미터∼350미터 경기장에서 두 번 완주한 결과를 합산해 경기를 치룰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가리왕산에 새로운 스키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원래 있던 스키장을 경기장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원도를 비롯한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스키연맹과 그와 관련한 협상에 소극적이다. 국제스키연맹은 전례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1998년 일본 나가노올림픽 때도 활강경기장이 문제였다. 국제스키연맹이 출발지점을 1680미터에서 1800미터로 높이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가노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국립공원 보호구역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논란은 5년을 끌었고, 결국 올림픽 개막 두 달 전에 이르러서야 출발지점을 85미터 올리는 선에서 합의했다. 보호구역을 일부 침범하는 문제는 구조물을 이용해 직접 통과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4년 남짓 남았다.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활강경기에 있어 ‘투런’ 규정의 첫 시작이 될 수는 없을까? 표고차 800미터, 슬로프 길이 3킬로미터, 평균 경사 17도 조건을 만족하는 스키장은 북유럽과 북미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계올림픽을 북유럽, 북미 같은 지역에서만 개최할 것이 아니라면 언제고 ‘투런’ 규정은 올림픽에서 실행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그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힐 수는 없을까?
가리왕산을 지켜내자.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할 수백 년 자연유산을 올곧이 있게 하자. 그래야만 비로소 평창 동계올림픽은 진정한 환경올림픽으로, ‘새로운 지평으로의 동행’으로 우리 역사에 남을 것이다.
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정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