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상만이 가리왕산을 지킨다

2014.08.12 | 가리왕산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복원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회의

지난 6월 10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주최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복원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회의’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했다. 2주 전 문체부 국제체육과 담당사무관으로 새로 온 과장이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관련 단체가 모두 모여 기초부터 논의하자며 참석을 부탁했고, 가리왕산 대안과 모든 것을 논의하는 조건으로 참석을 수락했다.
문체부 국제체육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동계올림픽추진본부, 산림청산림복원팀, 녹색연합, 우이령사람들, 자연환경복원연구원의 7개 단체 12명이 참석했다. 회의 쟁점은 ‘스키장으로 사용 뒤 가리왕산 복원이 가능한가’였다. 문체부 국제체육과장은 “복원하는데 여러 가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자료를 찾아보니 10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우리세대에서는 가리왕산이 복원된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가리왕산으로 정해져서 유감이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라고 하며 활강스키장은 가리왕산 이외에 대안이 없으니 시민단체가 양해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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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활강스키장 바로 옆에서 잘려져 나간 나무들.


나는 그 자리에서 가리왕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주목(Taxus cuspidata)이 세대별 개체군을 이뤄 자라는 곳이고 또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큰키나무인 왕사스레나무가 스키슬로프 예정지에 가장 넓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우리가 왜 가리왕산을 지키려고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들은 넓은 가리왕산 가운데 조금을 이용하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계속해서 우리를 이해시키려고 했다. 특히 조직위와 문체부는 중봉에서 하려는 여자코스를 남자코스와 통합해 중봉을 지키게 되었다고 하며 하봉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조금의 산림생태계라도, 한 지역에 훼손이 일어나면 그 지역에 있던 기존의 미기후가 변화해 전체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야생동식물이 자라는 환경에 치명적인 형향을 준다. 가리왕산에 새 시설을 만들기보다 조직위와 문체부가 국제스키연맹(FIS)의 국제 스키경기 규칙인 ICR(The International Ski Competition Rules)의 ‘투런(2RUN)’과 ‘예외조항(Exceptional case)’의 750미터 규정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상해 동계올림픽 본부와 주경기장이 있는 알펜시아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용평스키장을 활강스키 경기장으로 활용하도록 요청하고 회의를 마쳤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환경올림픽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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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예정 조감도. 현재는 예산과 환경문제로 여자슬로프 하나라 통합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환경올림픽 개념을 ‘자연환경 및 문화 사회적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올림픽대회를 계획·건설해 개최하며, 대회가 끝난 뒤 환경에 긍정적 유산을 남기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아테네에서 최초 올림픽이 열린 뒤 110년이 지나도록 올림픽에서 ‘환경’은 구호에 그치고 있는데 그 사실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해마다 만들어지는 <Academic Olympic papers available online>에 잘 나타나 있다. 올림픽을 치른 뒤 관계 전문가와 교수들에게 문화예술, 경제, 환경, 역사 같은 20개 항목에 대해 만드는 2013년 대학협력 올림픽연구센터(University Relations Olympic Studies Centre) 보고서에 환경부분은 아직도 제출된 보고서가 없다. 따라서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환경을 중시하며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설득하고 협상해야 한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하계 올림픽보다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올림픽을 치른 뒤 후회가 남지 않도록 평창동계올림픽이 저비용 환경올림픽이 되도록 국민과 국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나가노동계올림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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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잠시의 올림픽보다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우리 자연이다.



20세기 마지막 동계올림픽인 나가노동계올림픽을 치른 일본은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에서 자연파괴라는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른 탓에 올림픽슬로건을 ‘자연과의 공생’으로 정했다. 올림픽 시설을 건설로 발생하는 자연파괴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엄격한 감시의 눈길이 모였다. 또한 나가노올림픽조직위도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모든 경기장을 기존에 있는 것을 사용하고, 시설을 지을 때는 벌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덧붙여 눈을 다지는 화학물질을 최소화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알파인코스를 만드는데 벌채 같은 환경훼손이 가장 심한 활강경기장은 하쿠바 하푸네 겨울리조트(Hakuba Happoone Winter Resort, 1958년 건설) 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1996년 시연경기 뒤 국제시키연맹는 동계올림픽의 꽃인 활강경기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하쿠바국립공원 고산지역으로 출발지점 120미터 연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나가노조직위는 국립공원 내 고산식물파괴 같은 식물 서식지 파괴를 이유로 거절했다.

nagano경기가 열리기 2개월 전까지 계속 국제스키연맹과 논쟁을 한 끝에 국제스키연맹과 올림픽조직위는 국립공원을 훼손하지 않는 85미터 연장을 합의하고 나머지 알파인 경기도 이곳을 주경기장으로 이용하였다. 또 하나의 쟁점인 바이애슬론 경기장이 만들어지는 장소에는 참매 서식지가 있어 올림픽조직위와 시민단체가 건설 불가를 주장했고, 다른 장소로 옮겼다. 개최국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환경파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ICR 경기 규칙  
www.fis-ski.com/mm/Document/documentlibrary/AlpineSkiing/02/03/07/icr_16.07.13.clean_Neutral.pdf

 

글 이병천(우이령 사람들 회장)

이병천 님은 산림생태학을 전공한 농학박사로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수목원 연구관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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