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기 유치,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일까

2014.10.01 | 가리왕산

박주희(인천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

인천 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은 화려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화려함을 걷어내고 내용을 살펴본 이들은 실망스러웠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개막식뿐일까? 연일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인천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경기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대두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45억 아시안의 축제라고 하지만, 아시안게임 경기 입장권 전체 판매율은 20%에 머물고 있고, 그중 단체나 기업이 사들인 것이 80~90%라고 한다. 단체 예매 뒤 관람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시민단체들이 티켓 기부캠페인에 돌입했고, 전국 이·통장연합회에서는 입장권 판매 홍보활동에 나섰다. 국제경기에 공무원과 학생을 동원하는 것은 이제 관례가 되어 버렸다. 45억 아시안의 축제는커녕 한국의 축제라 하기에도 무색하다. 

많은 이들이 아시안게임 이후 13조원의 부채를 지닌 인천시 재정난이 극심해질 것이라 보고 있다. 16개 경기장 건설에만 약 1조3000억원이 소요됐으며,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건설에는 4900억원이 들었다. 그런데 이 경기장에서는 개막식, 폐막식을 제외한 36개 경기종목 중 단 하나, 육상대회만 열린다. 육상 경기 티켓 예매율은 5%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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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신규 건축 결정을 할 당시 정부는 인천시에 기존에 조성되어 있던 문학경기장을 증·개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새로 건설했고, 이후 대규모 복합쇼핑몰과 영화관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수익이 날지도 미지수인 데다 5000억원의 세금을 들여 쇼핑센터와 영화관으로 활용할 경기장을 짓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예산운용일까?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13조원의 경제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국제스포츠행사 지원사업 평가’에 따르면 경제적 타당성을 과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자국에서 국제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것을 주민투표 등으로 막고 있는 것도 국제경기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국제경기를 개최하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젖어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만 봐도 그렇다. 경기장, 리조트 등을 건설하는 데 강원도 연간 예산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하지만, 경제적 효과는 과장됐다. 환경적인 문제도 갖고 있다. 500년 된 원시림 가리왕산을 단 3일 동안 치러지는 활강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훼손하고 있다. 다른 대안을 찾지 않은 채 사후복원비 2000억원을 감수하면서까지 경기장을 건설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국제경기를 꼭 개최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경기냐고.

 

*위의 글은 경향신문 경향마당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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