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로 가리왕산 시상 관련

2015.02.01 | 가리왕산

시민선언 “가리왕산, 이곳만은 꼭 지키자”

– 제12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에 가리왕산 선정

 

1월31일, 오늘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5년 꼭 지켜야할 보전대상지로 가리왕산을 선정해 시상했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보전대상지 시상은 시민들이 직접 추천하는 시민공모전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이 들어설 가리왕산을 시민들이 나서서 꼭 지켜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17일 동안 진행된다. 그 중 활강경기 기간은 체 3일이 되지 않는다. 연습일정까지 포함시켜도 천재지변 등 중대사고가 없는 한 최대 8일이다. 우리는 500년 보호림을 고작 며칠과 맞바꾸려 하고 있다. 건설비와 최소한의 복원비용을 계산하면 최소 2천억 원 이상이다. 물론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가리왕산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정도면 확률 없는 도박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돈, 시간 그리고 수백 년 이어온 자연유산을 하릴없이 허공에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강원도를 비롯한 우리 정부가 가리왕산에서 벌이는 몰상식과 무능은 두고두고 역사의 오점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현재 가리왕산 벌목은 계획 대비 80% 이상 진행된 상황이다. 베어내야 한다고 딱지 붙은 약 6만 그루 나무들 중 4만 8천 그루의 나무 밑동이 잘려나간 셈이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한 벌목은 2014년에 70%를 완료하고, 동절기 이후인 올 3월부터 2차 벌목을 진행하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다. 지난 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벌목공사는 공정표상 목표치를 초과로 달성한 것이다. 이제 예정대로라면 가리왕산은 활강경기장을 위한 대규모 토목공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나무 밑동이 있던 자리는 풀 한포기 남김없이 깡그리 파헤쳐지고, 설상 유지를 위한 기초공사로 콘크리트 보다 더 단단하게 다져질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당연히 가리왕산 생태가치 중 하나인 풍혈지형의 파괴도 자명하다. 뿌리만 남고 잘려나간 나무는 그나마 현실적인 복원이 가능하지만, 지형까지 파괴된다면 정말 되돌리기 어렵다.

여전히 이곳만은 꼭 지켜내자는 시민들의 아우성에 강원도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IOC가 먼저 제안한 분산개최 밥상도 제 발로 걷어차고 있다. 벌목만 진행된 지금이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다. 지금이라도 되돌려야 한다. 늦었지만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가리왕산을 꼭 지켜내야 한다고 시민들이 선언한 오늘이 그나마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강원도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을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15년 1월 31일

녹 색 연 합

문의: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010-3406-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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