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평창이 ‘평화’라면 가리왕산도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어야 한다.
개막식은 전에 없이 수려했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하나 된 코리아’는 감격이었고,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인사가 나눈 악수는 외신들의 극찬 속에 화제다. 2018년 평창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이고, 평화를 위한 당위가 된 순간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환호와 축배여야 한다.
하지만, 10만 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그 나무가 터전이던 무수한 생명들도 자취 없이 사라졌다. 500년 보호림을 지켜온 엄정한 법제도는 부정하고 무능했던 지난 정부의 부추김과 방임 속에 무기력했다. 죽음을 불사한 가리왕산의 1회용짜리 스키장은 2018평창올림픽의 또 다른 현실이다.
우리에게 2018년 ‘평창’과 ‘가리왕산’은 동의어다. 부분은 전체를 구성하고, 모든 과정은 결과를 규정한다. 결국 평창의 상징이 가리왕산의 상징이고, 평창의 당위가 가리왕산의 당위다. 그렇다면 평화와 죽음은 같은 말이고, 정말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환호와 축배인가.
죽음을 불사한 1회용짜리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2018년 평창은 현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가장 반환경적인 올림픽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 가리왕산 복원약속만이라도 지켜내야 한다.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던 이곳에서 다시 죽음이 아닌 생명을 심어야 한다. 그래야만 2018년 ‘평창’과 ‘가리왕산’이 ‘평화’일 수 있다. 그게 바로 그나마 우리가 찾게 될 올림픽 유산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결코 환호와 축배가 아니다.
2018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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