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세계<물의 날>에 즈음한 녹색연합 성명서

2002.03.21 | 4대강

[성명서] 세계 <물의 날>에 즈음한 녹색연합 성명서

20세기말부터 한국은 물관련 정책에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무분별한 댐건설에 의한 대규모 수자원 개발과 활용으로 자연순환체계가 급속히 변하여 하천생태계를 비롯한 국토의 리듬이 흐트러졌다. 그 결과 자연파괴와 환경문제 등을 초래했다. 무한정한 개발을 ‘발전’이라 믿어왔던 지난 세기가 초래한 환경문제는 현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 왔다. 이제는 종전과 같이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개발정책은 추진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말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노력으로 ‘3대강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이제 한강에 이어 3대강의 상수원 수질을 보호하기 위한 법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면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1999년도에 제정된 ‘한강특별법’이 시행된 뒤에도 팔당 등 한강 상수원 주변에 수질오염의 주범인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날로 늘어나고, 상수원 보호의 일차 책임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개발을 부추겨 오지 않았는가. 우리는 활자로만 존재하는 법을 원하지 않는다.

녹색연합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에 물관련 정책의 변화가 필요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논리로 인하여 환경논리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한해를 남겨둔 이 때, 다시 한번 간곡하게 녹색연합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한다.

1. 물관련 행정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이미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제8회 세계 물의 날 치사에서 “물관리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수자원의 통합관리를 기반으로 물관리 시스템의 과학화, 선진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는 개발논리를 앞세운 건설교통부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수질개선을 위해 하수처리장을 짓고 고도정수처리장을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물은 물대로 오염되는 악순환의 해악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당하면서 지켜만 보란 말인가. 부처간 이해관계로 인해 벌어질 심각한 수질오염이 몇 십조 원을 투자해도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2. 무분별한 댐건설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의 지천에 30개의 댐을 건설하겠다는 건설교통부의 발표는 시민·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종교계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이미 건설교통부의 댐건설 논리는 설득력을 잃고, 이제까지 가려져 있던 폐해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댐은 도시 주변에 빈번한 홍수를 막아주지도, 가뭄에 대한 유일한 대책도, 용수공급의 궁극적인 대안도 아님은 알려진 사실이다. 댐 난민을 낳고, 지역 공동체를 단절시키며,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댐 건설은 더 이상 대안일 수 없다. 정부는 ‘댐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댐 정책을 재검토하고 댐 건설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3. ‘공급확대’ 위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수요관리’ 위주의 정책으로 과감하게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수요에 따라 무한정 물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다. 수도법개정안을 공포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건축물의 절수시설과 중수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적인 토대는 마련되었다. 이를 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을 확대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과감히 이를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노후한 수도관을 시급히 보수해야 한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상수도관의 이음새불량과 노후로 인해 평균 누수율은 14.8%로 매년 6억9천여 톤의 물이 땅속으로 새 나가고 있다.

4. 직강하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려야 한다.
4대강의 지류인 소하천의 현실은 어떠한가. 구불구불 곡선을 그리며 흘러야하는 하천이 획일적인 직강화 사업으로 하천변은 온통 콘크리트로 덮혀 버렸다. 심각한 수중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고유한 하천경관은 상실되었다. 게다가 하천부지는 주차장과 하상도로가 건설되어 소음과 매연으로 인해 새들이 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소하천의 건천화 문제는 심각하다. 유량 확보 방안을 마련하여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단위별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운영하기보다는 소규모 하수처리장 설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량의 빗물이라도 하천으로 돌릴 수 있는 하수와 우수분리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직강화 사업으로 망가진 샛강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려야만 본류인 4대강이 비로소 살아날 것이다.

5. 빗물이용시설의 확대를 촉구한다. 
빗물은 자연이 주는 생명줄이다. 이 빗물은 우리의 몸이 되고, 강물과 지하수의 근원이 된다. 수자원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도시화로 인해 지하수로 유입될 빗물마저 하류지역으로 버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저지대의 주민들은 침수와 홍수로 고통받고 있다. 빗물은 버려지면 홍수가 되고, 모아두면 소중한 자원이 된다. 정부는 수도법 개정을 통해 빗물이용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나, 신축이나 개축되는 체육시설에 준하고 있어 빗물이용시설의 보급, 확산에는 대상 건축물의 범위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관련기술의 개발과 빗물에 대한 인식전환은 물론, 보다 현실적인 법개정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는 기존 공공시설, 특히 국회나 정부청사 등의 건축물에 빗물이용시설을 도입함으로써 움직이는 정부, 실천하는 정부를 보여주기 바란다. 또한 수도시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도서지역에는 빗물이용시설을 정부차원에서 무상 설치, 보급을 추진하여 목마른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해주길 기대한다. 

6. 물 절약을 위한 범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일찍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도시와 신축건물에 중수도는 기본이고, 물 절약기업에 대한 포상금 지급, 절수형 수도꼭지와 변기 무료제공, 빗물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 있다. 먼저 물낭비를 줄이기 위해 수돗물 가격의 현실화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또한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공장이나 대규모시설들에 대해 물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범국민적인 물절약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벌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불필요한 댐 건설을 줄일 수 있고 수질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될 것이다.  

▶ 문의 : 김타균 녹색연합 정책실장 02-747-8500, 016-745-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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