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청계천 복원 사례를 들어 “청계천 때도 반대가 참 많았다. 학자, 정치권, 시민단체분들이 심하게 반대를 했지만 완공 후에는 그분들도 찬성 입장”이라며 4대강사업의 필요성을 말했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지난 주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야당이 “4대강사업이 제2의 청계천 신화창조 되는 것이 두려워서 예산안을 방해하고 있다”며 주장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장광근 사무총장의 무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먼저 청계천의 잘못된 신화를 살펴보자. 청계천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공약에 따라 추진된 거대한 인공하천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본질적으로 복원의 개념이 사용될 수 없는 단순 조경 토목사업이다.
1. 청계천은 실패한 단순 조경 토목사업이다
청계천은 보편적 개념의 복원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원래의 하천 위에 조경 개념의 콘크리트 인공하천을 조성한 것이다. 보편적으로 하천복원이라 함은 생태적 기능을 살리고, 하천 흐름의 연결성과 하천의 역동성, 하천의 자연적 흐름에 따른 에너지 공급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청계천은 이러한 의미의 진정한 하천복원이 아니다. 청계천은 약 10.8km의 콘크리트 인공하천이다. 보이는 것은 온통 시멘트 인공 구조물이며, 하천의 흐름은 전기를 이용하여 하류의 물 12만t을 24시간 내내 양수기로 끌어올려 인공적으로 흐르게 할 뿐이다. 하천의 자연성에 의존한 흐름이 아닌 인공하천이기에 연간 70억원 이상의 유지관리비가 투입되어도 악취와 녹조류 현상 같은 환경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또한 홍수 시기 청계천은 유역의 전체 강우가 유입되어 거대한 하수도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조경 방식의 하천 복원은 선진국에서 20~40여년 전에 폐기된 방식이며, 과거 회귀적 퇴행일 뿐이다. 또한 하천 복원의 기본은 하천수의 자정력과 복원력을 증대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생태적 연속성과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보와 댐처럼 하천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차단하는 인공적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장광근 사무총장이 청계천과 같은 인공하천 조성을 4대강의 모델이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지를 드러내는 일일 뿐이다.
2. 4대강의 미래는 청계천이 아니다
청계천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총 공사비 3867억원이 투입되어 진행되었다. 현재 수질 등의 문제로 인한 유지관리비는 2005년 이후 4년간 255억원(2005년 27.82억, 2006년 67.69억, 2007년 72.29억, 2008년 77.26억)에 달하고 있으며 계속 증가추세이다.
청계천은 이외에도 인공하천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 즉 상․하류의 생태적 단절, 인위적으로 동일한 유속과 유량의 단순한 수환경, 홍수 시기 급속한 중금속 오염수의 유입과 처리 곤란, 홍수시기 급속한 수위 상승 등이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청계천이 4대강의 모델이라 말하는 것은 청계천에 뿌려진 국민혈세의 수십배에 해당하는 20~30조원의 세금을 강바닥에 퍼부어 일부 토건업체의 배만 불리겠다는 것이 다. 일부 토건업자들의 배를 불려 행복을 줄 수 있지만, 국민에게는 식수원 오염과 혈세낭비, 식수원 이전, 농경지 침수 등으로 인한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토건업체에 투입되는 혈세로 인한 복지 및 교육, 보건의료 등의 민생예산의 삭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청계천이 4대강의 모델이라는 것은 국민적 불행이다. 청계천의 어느 곳에서 하천으로서의 자연성과 생태적 기능을 찾아 볼 수 있는가? 시멘트 콘크리트는 아무리 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죽음의 시멘트 콘크리트일 뿐이다. 청계천에 아무리 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청계천은 단순 토목 조경공사의 인공하천일 뿐이다. 그렇기에 4대강을 청계천과 같은 죽음의 하천으로 만드는 4대강 삽질 사업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3. 삽질을 멈추고 강을 바라보라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머릿속에 삽자루 하나 들어 있다는 세간의 조롱이 진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제발 우리 국토의 심장부에서 진행되는 삽질을 멈추고 생명의 강을 바라볼 것을 권고한다. 여울과 소, 갈대와 자갈, 모래 백사장, 습지에서 전해오는 자연의 숨결과 생명의 소리를 듣기를 간곡히 권고한다.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이 누려야 할 자연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이다. 또한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것은 ‘삽질의 가치와 시선’이 아니라 ‘자연의 가치이며 시선’이다. 그렇기에 지금 국회에서 한나라당에 의한 4대강 사업 예산 심사 강행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4대강 예산 심의 강행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의 무수한 문제점에 대한 엄중한 국정조사이다. 그것이 곧 우리 사회의 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다시 한 번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성 회복을 촉구한다.
4대강죽이기사업저지와생명의강보전을위한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