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봄비 내린 낙동강 현장의 ‘불편한 진실’

2011.05.23 | 4대강

지난 4-5월 봄비가 내린 이후 4대강 현장을 찾았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홍수예방을 제시하였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수해피해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 4대강 현장은 논란의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4대강저지범대위, 시민환경연구소, 생명의강연구단, 그리고 각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5월 13-14일, 19-21일, 남한강과 낙동강에서 홍수대비 공동조사를 실시하였다. 100mm 전후의 봄비에도 가는 곳마다 무너지고 망가진 현장의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규모와 범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건설 중인 대형 보 시설물과 제방이 유실되고, 공사장의 가물막이가 터지고 임시가교가 유실되는가 하면, 지천에서는 역행침식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작년 남한강의 지류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2010년 추석 전날, 연양천의 신진교가 무너진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1년 사이 준설은 훨씬 더 많이 진행되었다. 특히 낙동강은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설치되는 보의 개수도 많고(남한강 3개, 낙동강 8개), 그 준설량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경북 상주의 병성천은 4-5m 높이의 강둑이 침식되면서 배수관이 노출되고 제방 위 도로까지 위험한 상태였다. 그리고 합수부 우안에 다져놓았던 고수부지는 깨끗이 밀려 넓은 백사장으로 변해있었다.


5월19일 낙동강 지류인 병성천. 기슭이 심하게 침식되어 있다.


구미 부근 감천은 소위 ‘역행침식의 종결자’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물은 모래 바닥을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봄비가 내린 후 지천 바닥은 사람 키보다 깊게 침식되었다. 모래는 다 쓸려내려가고   시커먼 진흙층이 드러나고, 이 진흙층마저 곳곳이 무너져 있었다. 조사에 참가한 환경단체 회원이 말했다. “나이야가라가 아니라 엠비야가라 폭포구만”


불과 한달 전(4월19일), 감천의 하천바닥이 완만하게 유지되고 있는 모습


5월19일 낙동강 지류 감천. 한달 사이 사람 키보다 깊게 강바닥이 패였다.


감천만이 아니라 금포천, 용호천, 회천, 덕곡천 등  곳곳의 하천이 거대한 협곡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강바닥의 모래가 쓸려가면서, 교각이 망가진 다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여름 장마 시기가 닥치면, 지천 곳곳에서 다리와 제방이 무너질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4대강 곳곳을 폭포와 협곡으로 만들어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숨겨진 목적이 아니었다면, 수해방지라는 애초의 4대강 사업 목적은 이미 상실된지 오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5월20일 금포천. 500m 이상의 협곡(?)이 생겼다



5월19일 장천. 교각 아래 부분의 토사가 쓸려가 노출되어 있다


한편 이러한 역행침식이 일어나는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는, 어김없이 모래가 다시 쌓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천에서 침식된 만큼, 본류에는 모래가 다시 퇴적되는 것이다. 3-4m를 준설해서 강 깊이를 6-7m로 만드는 것이 4대강 사업의 핵심인데, 자연의 힘으로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공동조사단의 책임자인 관동개 박창근 교수가 “4대강 사업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비만 오면 쌓이게될 모래톱을 계속해서 준설하는 비용은 애초의 22조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정부는 끝날 수 없는 국책사업을 시작할 꼴이다.


5월19일 병성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 앞에 모래톱이 넓게 다시 퇴적되어있다


보 주변의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지난 5월1일 불어난 강물에 남한강 이포보 주변의 제방이 무너졌다. 높이 10여 미터의 제방이 폭 500여 미터의 넓이로 붕괴된 것이다. 또한 보 주변의 시설물(문화광장 등)도 빗물에 사라져 버렸다. 조사단은 이포보 만이 아니라 낙동강에 건설중인 상주보, 달성보, 함안보 등지에서도 유사한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주보 옆의 제방이 붕괴되어 생나무가 쓰러져 뒹굴고 있었다. 달성보, 함안보에서는 가물막이가 유실되어 공사현장이 침수되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문제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또한 제방 유실은 주변 주민들의 심각한 피해로 직결된다.


5월12일 한강 이포보의 모습. 임시가교와 보 시설물 일부가 유실되고, 오른편 제방이 붕괴되고 있다.


 


5월19일 낙동강 상주보. 오른쪽 제방이 무너져 생나무가 쓰러져 있다. 그 앞의 넓은 모래사장은 준설이 끝난 지역에 봄비 이후 다시 퇴적된 것이다.


5월19일 상주보 공사현장. 가물막이의 일부가 훼손되어 있다.


이와 같이 4대강 곳곳에서는 봄비만으로도 그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환경단체는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이 재앙을 가져올 것을 경고하였다. 안타깝게도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4대강 현장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인위적인 간섭이 강을 무너뜨리고 망가뜨렸다. 강을 파괴한 결과는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이제 곧 장마가 닥쳐온다. 4대강 현장의 ‘불편한 진실’ 앞에서 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글 : 황인철(4대강현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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