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의 수달아, 잘 살고 있니?

2015.06.10 | 4대강

아직 강이 차갑던 3월부터 5월까지, 녹색연합은 내성천에서 수달 서식흔적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수달의 배설물과 발자국, 섭식흔적을 찾아 상류부터 하류까지 모래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 330호로 보호되고 있는 수달은 강 상하류를 따라 좁고 긴 선 단위로 서식합니다. 모래강 내성천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다양한 먹이가 있고, 근처에 은신처가 되는 습지와 산림이 있어 수달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지요.

지난 2012년 녹색연합은 내성천 일대에서 포유류 서식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 포유류가 내성천 본류 전역을 고루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 서식 밀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내성천의 수달은 잘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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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상류에 건설되고 있는 영주댐입니다. 공사는 마무리 단계입니다. 완공이 되고 다른 행정 절차들이 끝나게 되면 이 곳에 있던 강은 사라지고 호수가 생깁니다. ‘영주호’라고 부릅니다. 상하류를 자유로이 오가며 먹이 활동과 번식을 하는 수달에게 강을 토막내는 댐 건설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댐 건설로 인한 생물종다양성 감소는 수달의 먹이활동과 번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상류와 하류의 수달은 이산가족처럼 단절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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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에서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가면 유사조절지 공사현장이 나타납니다. 유사조절지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를 막아 영주댐에 모래가 덜 쌓이게 합니다.
낙동강의 모래 중 절반이 넘는 모래가 내성천에서 공급됩니다. 고운 모래는 생명을 키우는 중요한 서식처이지요. 물을 정화하고 홍수를 막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지금은 하천정비를 거쳐 대부분의 강이 콘크리트로 덮였지만, 사실 한국 강의 원형은 내성천과 같은 모래강입니다. 예전에는 한강에서도 강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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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발자국과 배변흔적입니다.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와서는 발톱으로 흙을 긁어모아 얕은 언덕을 만들어 그 위에 배설을 했네요. 꼬물꼬물, 열심히 흙을 모았을 수달이 상상됩니다. 강에서 수달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달은 야행성이거든요. 그래서 주로 흔적조사를 합니다. 수달의 서식 흔적을 찾고 분석해 이곳에 수달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2012년 내성천 수달 조사 결과, 영주댐이 건설되던 내성천 상류에는 수달의 흔적이 비교적 적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공사지역에서 상하류로 5km 옮겨온 지역에서는 수달의 흔적이 많이 발견되었지요. 공사를 피해 수달이 이사 온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같은 공간안에 살고 있는 수달의 수가 많아져 원활한 먹이활동가 번식활동이 힘들어져 결국 수달 개체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올 해 조사에서도 영주댐 건설현장 지역보다 주변 지역의 수달 서식 흔적이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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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햇빛이 반사되는 맑은 물과 버드나무. 아름답습니다. 내성천의 수려한 경관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고 합니다. 작년 4대강을 방문했던 독일의 하천 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을 보고 ‘국립공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주댐 건설과 상류 수몰지역의 골재채취가 시작된 이후로는 내성천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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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 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적어져 모래층이 얕아졌기 때문입니다. 강변에서 자라던 버드나무도 점점 강 가운데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풀이 많이 자란 탓에, 수달 흔적 발견도 쉽지 않습니다. 한창 물새가 알을 낳을 시기라 알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하지만 그것도 풀에 가려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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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에 담수를 하게 되면 이러한 경관변화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야생생물들의 서식처도 파괴됩니다. 내성천에는 수달이나 삵 외에도 흰수마자, 먹황새 등 많은 멸종위기종이 살아갑니다. 영주댐은 이들이 살아갈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건설 목적도 불분명하고 타당성도 없는 댐 때문에 야생생물은 삶을 빼앗기고, 인간은 집과 역사와 문화를 수장당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성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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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아직 내성천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주댐 공사로 인한 소음과 오염이 수달을 비롯한 내성천의 생명들을 괴롭히고 있을테지요. 하천정비사업도 한 몫 거들고있고요. 조사를 하며 만난 수달의 발자국과 배설물이 참 반가웠습니다. 살아 있어주어 고마웠어요. 담수 후에도 이 작고 귀여운 발자국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영주댐 담수를 막아야합니다. 댐은 지어졌지만 아직 담수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담수가 진행되면, 작은 미생물이나 날지못하는 곤충들은 물에 잠깁니다. 포유류도 높은 지대로 도망가지 못하면 괴물같은 푸른 물에 삼켜질 것입니다. 흐르는 물이나 얕은 곳에 살던 물고기도 점점 사라지겠지요. 종 다양성은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힘을 보태주세요. 내성천을 찾아주세요. 함께 목소리를 내주세요. 사람의 이기심에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영주댐 담수를 막아내야합니다. 

 

평화생태팀 이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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