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녹색연합,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16.02.18 |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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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운이 대지를 깨우는 시기, 이 즈음 물고기들은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다와 강을 오가는 물고기, 강 하류에서 상류로 이동하는 물고기, 본류에서 지류로 향하는 물고기 등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다양한 종의 물고기들이 짧고 긴 거리를 헤엄쳐 갑니다. 알을 낳을 수 있고 치어가 잘 클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이동합니다.

4대강의 물고기가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매우 커다랗고 단단한 벽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물을 가두어 두는 ‘보’입니다. 물고기는 일단 몸을 부딪혀봅니다. 당연히 보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눈에도 커다란 보. 물고기의 눈에는 얼마나 큰 장애물일까요? 이 곳을 지나가야 알을 낳으러 갈 수 있는데, 몇 번을 부딪쳐 봐도 야속한 보는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보 앞을 떠나지 못하고 헤엄치던 물고기가 어도를 발견합니다. 뚫려있기는 하지만 올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살이 너무 강합니다. 물고기가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몸집이 작고 연령이 낮을수록 어도 이용은 더욱 어렵습니다.

힘들게 상류로 올라온다 해도 알을 낳기는 쉽지 않습니다. 알을 낳을 수 있는 곳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강은 본래 얕은 곳과 깊은 곳, 여울과 소가 어우러진 다양한 서식환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고기는 그 종의 특성에 따라 자갈이나 모래, 수초에 알을 낳게 됩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서식처의 다양성을 없애버렸습니다. 자갈과 모래는 포크레인이 퍼내어 버렸고, 강바닥에는 악취 나는 펄만 가득합니다. 수초도 모래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치어가 살만한 얕은 물가도 없어졌습니다. 물고기가 알을 낳을 만한 곳은 이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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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녹색연합은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4대강 사업이 수생생물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강이 품은 생명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건강한 담수생태계를 위한 재자연화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리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습니다.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이 ‘권리’가 4대강에 사는 그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자본과 권력이 멋대로 앗아갔습니다. 강에 사는 생명들에게 서식과 번식은 기호나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빼앗긴 그들의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다시 찾아주고자 합니다.

‘삶의 기본적인 진리는 이웃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뿐 아니라 온갖 형태의 생명이 포함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방식으로 그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편의나 이익을 위해 남을 간섭하고 통제하고 지배해서는 안된다.’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녹색연합은 4대강의 생명들이 ‘그 자신의 방식으로, 그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4대강의 모든 생명들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글 : 평화생태팀 이다솜

사진출처: 댐네이션필름 프레스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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