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황어의 이동 – 그 강에도 보가 세워졌더라면

2016.04.11 | 4대강

(섬진강에서 황어를 만났어요! 쪼르르 헤엄쳐다니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4월의 첫날, 섬진강에서 황어를 만났습니다. 해 마다 매화와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황어는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갑니다. 비가 오고 하루 이틀 후면 강을 따라 이동하는 황어떼를 볼 수 있습니다. 녹색연합의 황어탐사대가 섬진강을 찾았던 날은 물이 많지 않아 큰 무리의 황어떼를 보지는 못했지만, 황어를 만난 기쁨은 컸습니다. 섬진강 황어이동 모니터링 3일 내내 섬진강 본류를 포함해 지리산에서 섬진강으로 내려오는 물줄기 곳곳을 찾으며 황어를 찾아다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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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으로 고개를 쏙 내민 황어. 금빛 혼인색이 보이시나요?)

이들이 이렇게 바다에서 강으로, 하류에서 상류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유는 ‘산란’입니다. 보통 3-5월에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진 황어는 산란기가 되면 ‘혼인색’을 띕니다. 암컷과 수컷 모두 몸통과 지느러미에 금빛 띠가 생깁니다. 이 혼인색 덕분에 ‘황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황어가 떼지어 올라가는 계절이면 섬진강은 온통 금빛으로 물듭니다. 아름다운 황어의 혼인색, 보이시나요?

(*혼인색: 번식계절이 되면 현저한 체색을 갖는 성징의 하나. 특히 어류나 양서류의 색소포에 의해 생기는 체색변화의 경우에 흔하다. 예를 들면 수컷 영원의 꼬리부분에 생기는 보라색이나, 납자루, 황어, 큰가시고기 등의 수컷 복부에 나타나는 빨간색이다. 대부분은 웅성호르몬의 작용으로 발현하며, 성행동시 릴리서의 역할을 하는 예도 많다. (출처;생명과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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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살다가 알 낳으러 강으로 왔어요)

황어는 일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삽니다. 그러다가 이른 봄에,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옵니다. 강에서 태어난 황어는 바다로 내려가서 3-4년 정도 살다가 다시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되돌아옵니다. 자갈과 모래가 있는 얕은 여울에 알을 낳는 황어에게 맑게 흐르는 물은 필수입니다.

섬진강의 황어가 무사히 알을 낳을 수 있는 것은 하굿둑과 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이 쉼 없이 맑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황어가 올라가는 강은 섬진강뿐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강을 막은 하굿둑과 댐, 보 때문에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황어가 올라오는 남해로 흐르는 강 가운데는 낙동강이 있지만, 하굿둑도 있고 보도 너무 많아 황어가 올라오기 어렵습니다. 섬진강에서는 해마다 황어 소식이 들려오지만 낙동강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요. 옛날에는 낙동강에서도 황어의 회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은 남긴 시에서 낙동강 황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봄바람에 눈이 녹아 낙동강 물이 넘치는데 황어는 펄펄 뛰고 어부들은 바쁘게 그물을 친다. 황어가 많이 올라오면 그 해는 가문다는 속설을 그대로 믿는다면 하나는 배부를지 모르나 만백성은 굶주림을 어떻게 참으란 말인가.”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울산 태화강에 황어가 돌아왔다는 반가운 뉴스도 있었는데요, 태화강에는 2011년부터 꾸준히 황어가 회귀하고 있습니다. 태화강이 깨끗해지며 황어도 돌아온 것입니다. 이 역시 태화강에 하굿둑이나 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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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가득 메운 황어, 잘 보이시나요?)

“그 강에도 4대강 보가 세워졌더라면”

알을 낳는 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자손을 남기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자, 사람이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입니다. 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황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는 황어에게 갑자기 나타난 보나 댐은 생존을 위협하는 커다란 벽입니다. 상상해볼까요? 낙동강, 금강, 한강, 영산강에 세워진 16개의 대형 보가 섬진강에도 세워졌더라면 황어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기억이 가르쳐주는 대로, 몸이 이끄는 대로 올라온 강에서 마주했을 커다란 보. 이 길을 올라가야만 알을 낳을 수 있는데, 앞을 막아버린 야속한 보. 답답하고 당황스러운 그 상황이 지금 현재 4대강 수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바다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향하는 길은 이미 하굿둑으로 인해 십 수 년 이상 막혀 있었고, 5년 전에는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거대한 벽이 생겨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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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고기는 이동이 가능해야 합니다. 바다를 오가며 사는 물고기도, 평생을 강에서만 사는 물고기도 동일하게 물이 있는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멀고 먼 바다와 강을 이동하는 물고기가 아니라도, 조금씩만 이동하고 산다고 하더라도 이동은 가능해야합니다.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방해할 권리는 인간에게 없으니까요. 4대강 보는 물고기의 자유로운 이동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물고기들의 생존을 콘크리트와 철로 막습니다. 불친절한 어도만 내어주고 자연을 위한 일은 끝났다는 식의 무책임한 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역지사지가 필요하지요. 4대강 물줄기를 끊어놓은 이들 가운데 평생을 집안에만 있으라고 하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당연한 것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들에 마음이 아픕니다. 섬진강 황어처럼 4대강의 모든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수문을 열고 보를 철거해야 합니다. 녹색연합은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생명들의 권리를 이야기하겠습니다.

글 : 평화생태팀 이다솜 leeds@greenkorea.org

사진 : 평화생태팀 이재구 bommulkyel@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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