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끄럽게 만든 람사르 총회 개막식

2008.10.29 | 4대강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환경올림픽이라고 일컬어지는 람사르 총회가 많은 지구시민들의 기대 속에 막이 올랐다. 그러나 개막연설에 참여한 이명박 대통령과 이만의 환경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환영사 및 축사는 개막식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거짓말 잔치의 마당은 환경부 장관과 경남도시사가 깔았고, 클라이막스는 단연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연설이었다. 그리고 각종 개발사업으로 환경파괴에 앞장서 왔던 국토해양부 장관이 마치 습지보전의 주역인양 축사를 하는 장면은 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람사르 총회를 주최하는 경상남도는 각종 공유수면 매립(해안매립)으로 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이번 10차 당사국 총회의 개최지가 이곳 창원임에도 경남의 시민단체들이 람사르 총회 보이코트를 선언하고 NGO 총회를 창원이 아닌 순천에서 개최할 정도로 경상남도는 습지보전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그럼에도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경상남도가 습지보전에 앞장서 온 것처럼 멍석을 깔았다.

이어서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은 “습지는 더 이상 버려진 땅이 아니라 인류가 아끼고 가꾸어 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 많은 습지가 함부로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과거 우리는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를 정복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으로 생각하는 미몽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이 람사르 협약의 모범국가가 될 것이며, 기금을 조성하여 개발도상국의 습지보전을 지원하고 대외개발원조도 늘려가겠다”고 역설하였다.

대통령 축사를 액면 그대로 본다면 대단히 훌륭한 연설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제3세계에서 온 한 대표단은 한국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습지보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해서 정말 감동받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한강과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의 습지를 모두 파괴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했던 일을 생각하면, 또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수역인 한강하구에 나들섬을 만들고 경인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것과 연계하면 오늘의 대통령 축사는 정말 훌륭한(?) ‘거짓말 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아니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정말 환경대통령이 되기로 생각을 바꿔먹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는 아까 언급한 그 참가자가 이번 총회가 끝나고 한국의 습지 파괴 현실을 보면서 대통령의 연설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큰 실망을 하고 돌아 갈까봐 벌써부터 얼굴이 화끈거려 온다.

창원에서 열리는 이번 람사르총회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행사이다. 아니 행사를 넘어 한국의 습지정책과 습지에 대한 인식변화를 가져와야할 절체절명의 기회일 수 있다. 그간 한국은 새만금을 포함한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 대부분을 매립하여 파괴하였고, 국토해양부는 올해만 20건 이상의 공유수면 매립을 승인해 1,200헥타아르에 이르는 습지가 또 다시 사라지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경지를 만들겠다고 매립한 새만금은 올해 용도가 바뀌어 산업용지를 대폭 확대하고 농경지를 축소하였다. 또한 식량생산 뿐 아니라 습지로써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논도 매년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인 연산호 군락지인 제주 강정 앞바다를 메워 해군기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 한국 습지의 운명이다.

그래서 나는 믿기지 않지만 대통령의 축사에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기를 바란다. 이번 람사르 총회 개최를 기회로 대통령의 표현처럼 ‘버려진 땅’ 취급을 받았던 습지의 가치와 그 소중함을 깨닫고 습지 보전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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