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면 가는데 4시간 걸리는 경인운하에 왜 혈세 쏟아 붓나!

2008.12.13 | 4대강

30분이면 가는데 4시간 걸리는 경인운하에 왜 혈세 쏟아 붓나!

정부가 경인운하 건설을 서두르기 위해 민간자본 유치 방식을 포기하고 한국수자원공사에 맡겨 공공사업 형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이 어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비공개로 안건으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MB식 뉴딜정책의 시작이 경인운하에 2조2천500억원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막을 올리는 셈인가? 그것도 국민의 여론이 무서워 비공개로 자기들끼리 쓱싹 처리해버리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는 달리 경인운하 건설에 대해서는 국민의 여론이 반반으로 갈린다. 그리고 찬성하는 입장은 이미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진행되었으니 4킬로만 더 뚫으면 운하가 생기니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나도 한동안 설득력 있는 반대의견을 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마다 들어왔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가을 한 모임에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물운송 분야를 전공한 경제학자가 “30분이면 서울에서 인천까지 화물차로 가는데 어떤 바보가 4시간 걸려 운하를 이용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한 “운하를 이용하려면 화물을 싣고 내리기 위해 화물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면 이미 인천에 닿아 있을 것”이라 했다.

결국 경인운하 건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업자 배불리기 밖에 안된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경인운하는 화물선 하나 다니지 않는 거대한 흉물거리로 남을 것이고 그곳에 투자한 예산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 것이다.

내가 환경운동을 하고 있지만 운하건설이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을 파괴할 것이며,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등의 논리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싶지 않다. 30분짜리 거리를 4시간 이상 걸려야 가는 운하를 만드는 것이 옳다고 믿는 것은 바보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바보사업을 정부가 이제 공공사업으로 진행하고 내년 1월에 착공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인운하 건설을 한반도운하 건설의 시범사업이 될 것이 믿고 있다. 경인운하가 완공되고 나면 MB측근들은 이제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한반도운하 건설을 위한 토대를 닦아 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요 하천은 거대한 수로로 변하고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이것이 MB식 뉴딜이라니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어제 나는 다른 글에서 미국의 오바마 당선인이 내놓은 <그린 뉴딜>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한국판 신뉴딜>이라는 4대강 정비사업을 비교한 바 있다. 이제는 경인운하 건설을 혈세로 시작하면서 신뉴딜을 운운하고 있으니 역사가 100년전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래서 이명박 정부가 틈만 있으면 이야기하는 선진국 대열에 언제나 낄 수 있겠는가? 한국은 멀쩡한 하천을 국고를 들여 파괴하는 천하의 후진국이라는 소리를 피하기 어렵게 생겼다. 경인운하 건설을 막지 못하면 말이다.

<최승국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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