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인간과 자연을 위한 일자리

2008.12.24 | 4대강

 아침에 신문을 펼쳤더니 눈길을 끄는 광고가 있다. 힘겨운 얼굴의 취업준비생이 “취업도 어려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빨리 비준해 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서글프다. 미국에선 관심도 없는 FTA를 우리 정부는 국회에서 멱살 잡아가며, 경제난과 취업난에 힘든 국민들을 볼모삼아 밀어붙이고 있다. FTA가 되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 줄 착각하고 있다. 며칠 전 녹색연합에 인력파견업체 직원의 전화가 왔다. 신입활동가 모집 공고를 보고, 사람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에도 막무가내로 인력을 파견하겠다는 업체의 전화를 받고 보니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우리나라 노동 현실이 뼈아프게 느껴졌다.

 고용불안과 청년실업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정부는 한·미 FTA를 체결하고, 4대강 정비, 경인운하와 각종 지역개발사업으로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요즘 세상에는 토목 공사장에서 사람들이 삽을 들고 일하진 않는다.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은 일자리 창출보다는 지역 지주들과 토건세력, 토건기업들만 배불린다.

 미국에서는 뉴딜정책을 하면서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쥐여줘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직접 고용을 창출한다는 작심을 하고 환경, 복지, 문화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정부와 노총, 산업계는 2001년부터 건물에너지 진단과 효율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집집마다 건물마다 에너지가 새는 곳이 없는지 점검하고, 단열과 절전기기를 설치했다. 5년 동안 26만5000여개의 건물에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19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이산화탄소 200만이 줄어들었다. 새로운 일자리는 건물 관리와 리모델링 서비스, 난방, 위생, 공조 설비, 에너지 컨설팅 분야에서 만들어졌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이 사업을 농촌지역에서 펼친다면 에너지 복지와 일자리, 환경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제시한 ‘녹색일자리’ 비전에도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에너지진단 전문가로 교육하고, 이들이 주택에너지 효율사업에서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농촌에도 ‘시설자금’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내야 한다. 농촌의 ‘재생’과 ‘발전’을 위해 젊은이들이 농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공교육을 강화하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각 지역의 공부방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공부방 활동을 하던 선생님은 오랜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빚이요, 잃은 것은 건강”이라고 했다. 저소득층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정부가 공부방 선생님 수를 늘리고, 임금을 지원해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보고’이다. 예술가들이 공연하고 전시할 수 있는 일터와 공간을 만들어주자. 예술가들이 살아야 우리 사회 문화의 ‘상상력’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마음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자. ‘불도저 성장’에 대한 환상만 버리면 환경, 교육, 보건, 복지 분야에서 직접적인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4대강 정비사업’에 들어갈 돈 14조원을 단순 계산하면 연봉 2000만원 일자리 70만개에 해당한다. 환경대재앙을 만들 바에야 차라리 후자가 나은 선택이다. 제발 경제를 볼모로 대운하 강행 논리를 만들고, 4대강에 ‘생채기’를 내는 삽질은 그만했으면 한다. 경제를 명분으로 ‘공사판’에 집착하는 것은 ‘인간’도 ‘자연’도 망치는 지름길이다.

<이유진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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