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 경남 산청 민들레공동체를 가다

2008.04.17 | 재생에너지

2008년 녹색연합은 아베다, 대안기술센터와 함께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시범학교를 선정해 태양광, 풍력, 자전거 발전기를 설치하고, 에너지⋅기후변화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3월 29일 대안기술센터가 자리한 경남 산청 민들레공동체에서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첫 워크샵이 열렸다.

전국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참가자들이 속속 민들레학교에 모였다. 민들레 학교에서는 중등과정 학생 16명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교 건물은 볏짚으로 틀을 잡고 외벽에 황토를 발라 만든 ‘스트로베일 하우스’이다. 학교 인근에 자리한 민들레 공동체는 생활에 필요한 전기의 일부를 직접 생산한다. 지붕 위의 하얀 풍력발전기, 벽돌집 앞에는 소형 태양광발전기, 자전거 발전기. 또 커다란 접시 위성 안테나로 만든 태양열 조리기가 자리 잡고 있다.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님의 안내로 민들레 공동체의 에너지 생산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붕 위의 풍력발전기는 500와트(W)짜리입니다. 바람이 초속 11m 이상 불면 1킬로와트(kW)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소음이 있긴 하지만 문을 닫으면 실내에서는 들리지 않는 정도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자전거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합니다. 페달을 밟아 자전거 발전기로 발전하는 경우 300와트(W)까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폐자전거로 만든 자전거발전기는 실내 전등을 켜는데 주로 활용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민들레학교 강당에서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를 만들기 위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60명으로 예상했던 인원은 80명에 이르렀고, 강당은 발 딛을 틈조차 없이 빼곡히 들어찼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끙끙대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밝은 웃음을 나누며 함께했다.

충남 홍성 홍동면에 자리잡은 풀무농업기술학교 정민철 선생님께서 첫 강의를 시작하셨다. 정민철 선생님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은 농업과 결합해야 하고,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2003년 고등부 지붕에 태양광 12kW를 설치하고, 풍력발전기는 1998년에 설치했고, 유기축산과 연동해 메탄가스 발효설치도 시도하였으나 에너지활용의 뚜렷한 계획이 없거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들에 의해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은 마을주민들도 태양광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고요마을회관에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기도 했다.

정민철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재생가능에너지설비를 설치하기 전에 반드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용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리 뜨거운 의지를 가지고 설치하더라도 무관심하게 방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풀무학교는 정기적으로 학생들이 태양광발전 사용과 관련하여 발표를 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농업 및 축산 등 연계시킬 수 있는 부분들은 정교한 사전 조사를 통해서 활용하여 에너지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에너지 중독에 가까운 현대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일단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조금은 춥게 조금은 덥게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설비를 갖다 놓아도 의미가 퇴색되기 쉽다. 끝으로 학교가 마을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마을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처음 설치한 풀무학교는 관련정보의 중심이 되었다. 무관심했던 주민들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설치의 장단점에 대해서 학교에 자문을 구하게 되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학교를 찾아가게 되었다. 이를 통해 마을에서 학교라는 기관이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음 강의는 대안교육을 하는 길학교의 이화숙 선생님께서 지난 1년 동안 에너지 및 기후변화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한계와 문제점,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주셨다.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워낙에 쉽지 않은 이유로 어린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화려한 지식의 향연은 이제 그만하고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한다. ‘에너지=전기’라고 한정되었던 상상력을 보다 크게 키워 삶, 교육, 지역,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꿈을 꾸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형태가 다른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먼저 전기소비량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는 등 보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님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는 등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 과학, 언어 등의 다양한 매체들의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한다.

이화숙 선생님의 강의는 기후변화가 당장 자신들의 문제가 되는 우리의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암울하기만한 미래를 어려운 말로 포장하는 것보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끝으로 민들레 공동체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님께서 시행하고 계신 풍력발전기, 자전거 발전기, 태양열 조리기 제작 워크샵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이어,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참가하신 선생님들과 비용 및 선정기준에 대한 사항을 비롯하여 아이들과 팀을 이뤄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지의 여부, 지역 주민들의 참여 가능성 등 발전기 제작에 대한 질문부터, 교안 및 교구 개발에 대한 고민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벌써 워크샵을 마무리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동안 혼자 끌어 앉고 있던 질문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좁은 공간에서 다들 쪼그려 앉아 불편하셨을 텐데도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셔서 우리도 힘이 절로 났다. 시범학교로 선정이 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부딪혀야 하는 여러 갈등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오늘 모인 사람들이 계속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사업은 시범학교 선정 작업을 거쳐 에너지 및 기후변화 교육용 교안개발 워크샵, 발전기 제작 워크샵, 여름캠프 등의 차후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 글 : 양세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인턴 활동가

●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greenbaew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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