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붕어섬 태양광단지,재생가능에너지의 희망이 될 수 있을것인가

2009.02.11 | 재생에너지

춘천 붕어섬 태양광단지,
재생가능에너지의 희망이 될 수 있을것인가



춘천시와 강원도가 춘천시 의암호 호수 위의 아름다운 붕어섬 위에 태양광 발전단지를 올해 말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967년 산악 도시인 춘천에 4만 5000kw의 다목적 댐이 건설되면서 춘천은 호반의 도시로 바뀌었다. 다목적 댐 건설로 인해서 인공적으로 형성된 의암호 한 가운데 붕어를 닮았다는 이유로 “붕어섬”이라고 이름 붙여진 작은 섬이 하나있다. 붕어섬은 유원지로 유명한 중도와 남이섬 아래에 넓이 30만㎡의 작은 무인도다. 호수가 만들어진 후, 지난 40여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겨져 조용한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곳이다. 그러한 곳에 춘천시와 강원도는 10MW급 대형 태양광 발전단지와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월 5일 진행된 춘천시 붕어섬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공청회에 다녀왔다.



2005년 12월 강원도는 총 715억원의 건설비를 투자해서 붕어섬 위에 10MW 급 태양광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건설비는 민자로 유치하고 강원도는 부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15년간 수익금의 5%를 가지기로 했다. (주) 강원솔라파크와 강원도의 협약에 따라서 태양광발전소는 15년 후 강원도로 이관된다. 강원도와 춘천시, 그리고 (주)강원솔라파크는 2009년 말까지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0MW 급의 대형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보면 2007년 2.39%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11%로 끌어올리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대형 신재생에너지 단지가 속속 들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발전소”가 재생가능 에너지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토도 작은 우리나라에서 자꾸만 “세계최대”를 외치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대형 태양광 발전을 보면 불안해지는 이유는 바로 대규모로 진행되는 발전단지의 모습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단지의 정신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정신은 기존 발전소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있다. 수력 발전, 화력 발전, 원자력 발전소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발전소의 특징은 대형화에 있다. 해안이나 산간지방에 대규모 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송전선을 이용하여 도시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는 전기생산과 전기소비를 분리시킨다. 사용자로 하여금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로 인해 발전소에서 태워지는 탄소에 대한 걱정없이 편안하게 방안에서 TV를 보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전기포트로 커피를 끓여 마신다. 그러나 재생가능 에너지는 다르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지열, 바이오 에너지등으로 대표되는 재생가능 에너지는 바로 눈앞에서 전기생산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기존의 발전소가 “더 크게 더 많이”의 원칙으로 건설되었다면 재생가능 에너지는 “사용하는 만큼, 소규모로 누구나”의 원칙이다. 전기가 필요로 하는 지역 바로 그곳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재생가능에너지의 정신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의 장점과는 무관하게 재생가능에너지라는 이름만으로 무분별하게 지역에 난립되는 태양광 시설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전북 울진, 충남 당진, 전남 강진과 순천 등에서 태양광 시설입지로 인한 크고 작은 주민갈등이 있어왔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태양광 발전은 생태계 훼손을 유발했다. 더 넓은 지역에 태양광 시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산이 깎여지고 조상들의 묘지는 이전되어야만 했다. 태양광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 풀이 베어지고 제초제가 뿌려졌다. 지역공동체의  목 좋은 터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아쉽게도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온 발전사업자가 시설을 통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일 뿐 주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시설이었다. 이러한 태양광 시설의 확대 보급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것이 진정 재생가능에너지의 정신에 부합되는 일일까.  

붕어섬의 경우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된 10MW의 전기가 수중선로를 통해서 지역으로 공급된다. 수중선로 설치로 인해서 공사비는 더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친환경적 토목공사를 위해서 였다.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곳을 섬으로 선택한 대가였다. 그러나 호수가운데 있는 섬에 건설될 태양광발전시설이 과연 적절한 위치에 설치되는 것인지는 공청회를 다녀온 내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은 고민이다. 춘천시의 경우 호반의 도시인만큼 타 지역보다 습도가 높고 안개가 많이 끼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태양광 발전시설의 경우 햇빛의 양과 강도가 매우 중요하다. 공청회가 실시된 날 또한 하루 종일 짙은 안개로 인해서 날씨가 흐렸다. 10MW급 대형 발전시설이라고 해도 지역여건에 맞지 않은 설비라면 효율성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춘천시와 강원도는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붕어섬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오고 있는 듯하다. 가히 한국의 프라이부르크가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러나 독일의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가 친환경도시로 유명해진 것은 그 속에 주민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주민들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토론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조금씩 돈을 모아서 시설을 설치했던 이야기다. 말 그대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역사적 경험들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붕어섬 태양광 사업에서 주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춘천시민들이 과연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되고 나서 에너지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지역주민들이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에너지의 장점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붕어섬은 축구장 면적(7149 m2)의 4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중앙집중적 방식으로 추진되는 붕어섬의 태양광 단지에서 과거에 건설된 대규모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등의 모습이 겹쳐진다. 물론 태양광 단지 자체는 매우 깨끗하고 안전하다. 화력발전소처럼 매연도 없고, 원자력발전소처럼 핵 폐기물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태양광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며 아무 원칙없이 건설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도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붕어섬 30m2의 면적과 같은 크기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 옥상이다. 춘천시에 소재한 75개의 초중고 학교시설의 옥상면적은 22만 5천 m2에 달한다. (계산기준 학교당 약3000m2) 이러한 면적은 춘천시청, 강원도청, 강원도교육청, 춘천시립병원, 면사무소, 주민센터 옥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건물마다 들어선 태양광 발전은 중앙집중형 방식의 발전이 아닌 소규모로 분산된 지역분산형 발전이다. 가까운 한국전력의 전력계통과 연계하기만 하면 큰 기술적 어려움 없이 보급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바로 옆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것을 보고, 전기절약에 대한 고민들을 해볼 수 있고,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진정한 의미의 재생가능에너지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요한 것은  강원도청과 춘천시, 그리고 개발사업자의 의지문제이다.  

강원도가 신재생에너지 중추역활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프라이부르크를 언급했다면 우선 춘천시내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가능한 옥상면적부터 계산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내 중심지역에 집집마다 들어선 태양광 시설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상상해본다. 춘천시 어디를 가든 쉽게 반짝이며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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