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폐지와 의무할당제(RPS)의 도입

2009.08.09 | 재생에너지

발전차액 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바이오·조력 등) 발전에 의하여 공급한 전기의 전력거래 가격이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 기준가격과 전력거래와의 차액(발전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 이다. 좀 더 쉬운 말로 말하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좀 더 비싸게 사주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 신재생에너지 원으로 생산된 전원은 생산단가가 비싸 가격경쟁력에서 기존의 발전원에 비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발전차액지원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큰 역할을 해왔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후발국으로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단기간에 육성시키기 위해서 독일 등 유럽에서 효과를 검증받은 FIT(Feed- in Tarriff)제도를 2002년에 도입한 것이다. FIT는 정부가 일정기간 동안(15년에서 20년) 정해진 가격으로 전력을 매입하여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고 중소규모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작은 용량으로 가정이나 마을 등에서 소규모 발전 사업이 가능하게 하도록 한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해왔다. 발전차액제도가 없었으면 현재의 ‘시민발전소’와 ‘마을 에너지 사업’, ‘시민출자형 태양광 협동조합’ 식의 시민들의 자발적 에너지 전환 운동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시장으로 지역제조업사업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불러일으켜 관련 분야의 빠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012년 기존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고 새롭게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의무할당제(RPS)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전사업자들의 발전용량의 일정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도록 의무화하는 보급정책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시행된지 3년이 지난 2005년 7월 당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는 의무할당제(RPS) 도입을 위한 사전 조치로 한국전력,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및 6개 발전회사와 ‘신재생에너지 자발적 공급 협약(RPA: Renewable Portfolio Agreement)’을 체결했다. 정부와 9개 에너지 공기업들은 RPA 협약을 통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총 1조 1000억원을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확대에 투자하기로 밝혔다. 현재 RPA 협약은 2008년 완료된 1차 협약기간을 거쳐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행되는 2차 협약이 진행 중에 있다. RPS가 시행되면, 현재 계획상으로 RPS에 따른 의무당사자가 신재생에너지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임을 인증하는 증서인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인증서)를 정부로부터 인증받을 수 있고, 이 인증서(REC)를 다시 인증서 시장에서 사고 팔수 있다. RPS는 의무화 정책이기 때문에 발전사들은 자신들의 발전용량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의무 보급 비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REC 시장에서 거래되는 평균가격의 1.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RPS 시작년도의 의무 공급 비율은 ‘발전용량의 3%’로 논의되었다가 현재는 ‘발전용량의 2% 또는 2.5%’ 의 의무공급비율로 하향 조정되어 논의되고 상황이다. 이는 발전사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하여 변경된 것으로, 2012년에 2%나 2.5%를 공급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누적량 기준으로 2022년 1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RPS 도입으로 인해 개정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식경제부 공고 제2008 296호>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일부 개정 내용 공고

3. 주요내용

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을 위하여 에너지 공급자에게 공급하는 에너지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제 2조, 제 12조의 3, 제 35조 제 2항)

(1)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에너지공급사업자에게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

(2)의무화 대상은 “전기사업자”, “집단에너지 사업자”,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에너지공급 사업자로 함.

(3)의무대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 의무공급량, 대상별, 연도별 의무공급량, 에너지원별 의무공급량 및 가중치 중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운영을 위한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토록 근거 규정 마련

(4)의무이행은 신재생에너지 인증서 조달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의무이행여부 확인을 위한 자료제출 의무부과

(5)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업자에 대하여서는 과징금 부과

의무할당제(RPS) 도입으로 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신재생에너지와 더욱 더 멀어질 것

정부의 RPS 제도 운영 지침을 보면 인증서 시장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도록 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인증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사업자가 한국전력의 6개 발전자회사, 한국수자원공사, 포스코 파워, GS EPS 등과 같은 소수의 대규모 사업자라는 점에 있다. 반면에 FIT 제도는 발전사업자들로 하여금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며 안정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소규모 회사들에게 유리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FIT는 자금력이 확보된 기존의 대규모 사업자 뿐만 아니라 개인·협동조합·학교·기관·단체·마을·공동체 등 누구나 원하는 곳에 소규모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 이는 FIT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시킨 큰 이유이다.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시행된 FIT제도를 통해 수많은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시장을 형성되어 관련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재생가능에너지원 보급량을 예측하기 어렵고, 일률적인 보급률 관리가 쉽지 않아 보급률을 단기간에 급속도로 상승하기에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정부는 2013년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의무감축국이 될 것을 대비하고 효율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원 공급비율을 관리·보급한다는 명목으로 RPS를 추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에너지 공급업체로부터 강제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원 비중을 할당하는 방식을 적용할 경우, 재생가능에너지원이 대규모화 되거나 집중화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경성에너지 체계가 가지는 단점과 환경피해를 최대한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바로 재생가능에너지인데, 재생가능에너지원이 대규모화되고 집중화될수록 기존의 경성에너지 체계와 차별성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기존의 경성에너지에 비해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새롭게 각광받는 이유는 소규모 분산형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가정이나 식당, 학교, 마을 등에서 원하는 만큼, 누구나 주위의 자연을 활용하여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유럽의 전역에서 재생가능에너지원이 급속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이런 장점을 잘 살릴수 있는 제도가 바로 발전차액지원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소규모 사업자나 개인들이 세운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설이 소규모로 분산되어 생겨났으며, 이는 ‘대규모 전기공급 체제’에서 ‘소규모 전기생산 체제’로 전환하고자하는 거대한 에너지 전환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 정부의 의무할당제(RPS) 도입으로 인해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원의 소규모 분산가능 에너지원의 장점이 사라지고 몇몇의 대형 에너지 공기업을 통해서 일률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들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일정부지에 집중시켜서 대형으로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자신들의 의무할당비율을 충족시킬 수 있고, 정부는 이를 통한 재생가능에너지 비율확대를 종이에 적힌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통계치”에서 증가되는 수량으로만 확보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정이나 마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생산 시설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 일들이 더욱 줄어들어 생활 속 에너지 교육과 기후변화 인식에 있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몇 몇 에너지 공기업과 대기업만이 대형 재생가능에너지 시설 주도할 것

이러한 의무할당제로 인해서 대형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생가능발전시설이 계획된다면 위에서 언급한 듯이 오히려 재생가능에너지원이 환경훼손과 주민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서부발전의 가로림만, 중부발전의 강화조력, 한수원의 인천만 조력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들 조력발전소는 현재 프랑스 랑스에 있는 세계최대 조력발전소보다 더욱 더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어서 이들 대규모 조력발전 건설이 완료되면 세계최대 조력발전소 기록이 연이어 갱신될 예정이다. 현재 재생가능에너지원이 점차 대규모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시점에 와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펄쳐졌던 재생가능에너지시설이 주민갈등, 환경훼손을 불러일으켰던 사례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발전 시설 계획은 그것이 재생가능에너지원이라고 해도 주변 환경훼손과 주민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치룰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와 같이 지역주민과 환경훼손을 염두에 두지 않는 발전사업자들의 태도가 지속된다면 향후 이는 재생가능에너지 시설 보급 확대에 부정적 영향으로 기인할 것이다. 가로림만의 경우 사전환경성 검토 과정에서 반대측 주민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과정에서 서부발전과 주민들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여 부상자가 발생했다. 현재와 같이 주민들이 배제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 사업자와 주민간에 대립적 관계가 형성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형 프로젝트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대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이 가능한 사업자들은 2005년 정부와 ‘재생가능에너지 자발적 공급협약(RPA)’을 체결했던 9개 공기업과 몇몇 에너지 대기업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조력발전의 경우도 4건 모두 에너지 공기업에서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2012년 이후 자신들의 의무할당비율인 ‘발전용량의 2%’를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충족하기 위해서 대규모로 재생가능에너지원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FIT 제도가 분산형으로써 소규모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넓은 시장이 형성되었다면, RPS 제도는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현재의 대규모 집중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지속시키고 몇몇 기업들만의 좁은 시장을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주도하는 에너지 공기업과 에너지 대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면밀히 파악하여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효자 정책이다. 절대 폐지되서는 안돼

정부의 태양광 발전차액지원제도의 핵심은 지역을 통한 ‘에너지 자립’이다. 또한 누구나 발전이 가능한 ‘에너지 민주주의’ 이다. 또한 소규모 사업을 통한 ‘에너지 참여’이 가능하고 설치된 발전시설을 통한 ‘에너지 교육’ 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정책이다. 그러나 발전차액지원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로 하나둘씩 등장했던 지역의 의미있는 발 걸음과 새로운 실험들이 사라질 전망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별다른 논의없이 2012년 폐지될 경우, 이는  태양광 시장과 발전업자들, 그리고 국민들을 무시한 결과로 실패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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