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꿈꾸는 에너지 자립 마을, 성대골!

2012.09.26 | 재생에너지

 



 







전력자립도가 2% 남짓한 서울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성대골이지요. 어느 시골 마을 이름이 아닙니다. 서울에 있어요.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진 서울 도심 속에서도, 주민들의 자발성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는 마을 공동체입니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마을 학교로, 절전소 운동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로 도약하고 있는 성대골을 소개합니다. 또한, 성대골처럼 도시에서의 마을 공동체를 통해 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모색하고 싶다면 10월 5-6일에 개최되는 도시 지역에너지 학교에 초대할게요!


 


 


성대골 절전소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린이 도서관에서 진행된 워크숍

어린도서관 벽면의 절전소










 


2010년 10월, 서울 동작구 상도3동에 초등학교도 도서관도 없어 고민이던 주민들이 모여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을 만든 것이 성대골(상도3·4동) 공동체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돈을 출자했고, 뜻을 같이 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기증받아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탄생했습니다. 평범한 직장맘이거나 전업 주부였던 성대골 엄마들은 도서관에 모여 앉아 아이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들을 기획했고, 어린이 도서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용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계기가 되어,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회원을 대상으로 에너지·기후변화·화석연료·온실가스 등에 관련한 여름 방학 특강을 기획했고, 녹색연합과 함께 특강(7회)과 워크숍(5회)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실천 의지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임팩트 있는’ 강의 중심으로 나가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원전 문제와 환경오염의 실태를 알면 알수록 마음이 심란해진다는 이유로 강의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주민들이 생기면서, 주민들의 변화와 생각들을 천천히 나누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워크숍 중심으로 프로그램 형태를 바꾸기도 했고요. 성미산 공동체, 중금에너지자립마을 등 성대골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다른 공동체 마을에 견학도 갔습니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작년 12월 성대골 절전소와 ‘착한에너지지킴이’ 15명이 탄생했습니다. 또한 이도서관 한쪽 벽면에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표시해 절전한 양만큼 새로운 전기를 생산했다고 표시하는 절전소를 꾸며놓았습니다. 주민의 언어로 주민들 스스로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행복한 운동이 시작된 것이지요.


 


 


아톰의 시대에 코난의 시대를 준비하는 성대골 사람들


 


성대골 마크 :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엄마의 모습, 그리고 네모난 공을 굴리는 일처럼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에 마음을 모으는 협력. 여러 개의 작은 조각 천을 이어 이질적이지만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상징.


책 제목을 패러디한 위 문구는 성대골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슬로건입니다. 아톰은 원자력에너지로 움직이는 캐릭터고, 코난은 느릿느릿 자연 속의 삶을 사는 캐릭터이지요. 성대골 사람들은 코난의 삶을 지향합니다. 지난 겨울 시작한 성대골 절전소 운동에 50가구 이상이 참여해서 매달 800KWH이상 절감하고 있고, 인근 학교 두 곳과 어린이집에도 절전소가 설치되는 등 절전소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의존적입니다. 절약하며 산다는 것은 기존의 익숙한 편안함을 조금이라도 등져야 가능하고요. 이 부분에서 성대골 주민들, 특히 엄마들의 성찰이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가? 조금이라도 더우면 시원하게 해주고, 조금이라도 추우면 따듯하게 해주고, 어두우면 밝게 해주고……. 아이들이 시간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그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아이가 불확실한 미래의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회복력과 적응력을 발휘하려면, 그 능력들을 높여 주는 것도 부모들이 해야 할 몫이라는 결론을 냈고 절전소 활동은 그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더우면 세수도 하고 부채질도 하고, 그래도 더우면 선풍기를 켜고, 에어컨을 켜려면 가족회의도 해보고요.


 


 


절전소 운동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로 도약하기


 








마을·에너지 학교 입구

마을 학교에서의 모임

착한 에너지 합창단의 활약




 


올해 4월 성대골에서는 어린이 도서관 근처 예닮교회 2층에 공동체 및 환경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성대골 마을·에너지 학교’를 세웠습니다. 어린이도서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더 넓은 공간이 추가로 필요하기도 했고, 함께 하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더 큰 비전과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성대골 마을·에너지 학교’는 15명의 엄마들이 마을교사로 참여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생활 공부방 형태로 운영됩니다. 4~5명의 동네주민들이 명예교사로 참여해 뮤지컬 교실·리듬 교실·숲 체험 교실 등 매일 한 가지씩 특별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엄마들은 마을학교 운영경험을 토대로 상도3동에 공립형 대안학교를 세울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절전소 활동을 계기로 아이들과 함께 꾸린 ‘착한에너지합창단’은 그린피스의 ‘희망에너지투어’ 개막행사 무대에도 올랐고 여러 행사에 초대되는 등 인기도 많습니다. 도시에서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고 보다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려는 다양한 모색이 성대골에서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요. 베란다에 설치하는 가정용 소형 태양광 발전기 워크숍, 도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 워크숍 등등.


이번 10월 5-6일에는 1박 2일로 ‘도시형 에너지학교’(주최:에너지시민연대/주관:녹색연합)가 개최됩니다. 도시형 에너지 자립 마을의 의미, 아파트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 만들기, 베란다 태양광과 태양열 온풍기 등 도시에서의 에너지 전환과 자립에 대한 강의와 워크숍 형태로 진행되며 관심있는 분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올 해 서울시 에너지자립시범마을로 지정된 성대골은 얼만큼이나 멀리 멋지게 도약할까요? 또 대도시 안에서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에너지 문제에 다가가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얼만큼 확장될까요? 도시에서 꿈꾸는 에너지 자립 마을의 첫걸음, 10월 5-6일 도시 지역에너지학교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도시 지역에너지학교 신청 클릭!)    


 


신수연 (녹색 에너지디자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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