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식] 제주 마을에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실험, 마을주민의 태양광· 풍력발전소

2018.09.15 | 재생에너지

 

▲제주 월정리 해변 인근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본격 시행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화력발전 등 에너지정책의 변화는 지난 정부 에너지정책 기조에 비해 급진적이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은 이도 상당할 것이고, 정책실행의 속도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논란거리는 여전하다. 그러나 대외적인 정책기조만 놓고 보았을 땐 상대적으로 급진적인 것 맞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해묵은 논란들이 전국 각지에서 다시금 이슈화되고 조명 받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과 확산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들이 최근 들어 다시 조명 받고 있고, 실제로 새로운 양상의 이슈가 곳곳에서 붉어지고 있다. 정부는 2030년 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계획을 작년 말 발표했고, 올 상반기 끝 무렵 본격 시행이 되면서 지역 곳곳에서 여러 변화들이 포착되고 있다. 계획에 따른 변화에는 긍정적인 면, 과도기에 있는 부정적인 면, 계획 그 자체의 부정적인 면 등 다양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부각되는 건 부정적인 갈등사례가 대부분이다. 대중이 끌리는 스토리는 극적인 ‘갈등’을 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일까. 그동안 해묵은 이슈였던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와 주민 간에 갈등사례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그 자체의 단점과 함께 주요 일간지에서 앞 다투어 다루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설의 보급과 확산을 통해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겐 많은 숙제들이 예견되었었고, 최근 붉어진 것이다. 녹색연합은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올 한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관련한 의미 있는 사례들을 짚어보고, 다양한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실험이 활발한 제주도를 주목했다. 육지와 고립되어서 오래전부터 에너지 자립을 꿈꿨던 제주도의 실험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지난 9/4~5 제주도의 작은 마을들에서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 제주 행원리 마을과 풍력발전단지, 리사무소에서 바라본 전경

 

전국 최초의 주민참여 풍력발전소, 행원풍력에너지특성화마을법인

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기를 40여분. 주민 1천여 명이 살아가는 구좌읍 행원리 마을에 도착했을 때 다소 생소한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여러 기의 풍력발전기들이 힘차게 마을 곳곳과 해안선을 따라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한 식당도 풍력발전기를 등지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산등성이 곳곳에 꽂혀 산림을 훼손하는 흉물스러운 풍력발전기와 저주파, 소음 등으로 주변 인가에 피해를 주는 사례만 접해본 녹색연합 활동가 3인 에게는 분명 생소했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는 마을 자체적으로 2MW 마을 풍력발전소를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행원마을풍력발전소 같이 대규모 사업자가 주체가 아닌, 소규모 메가와트 단위의 주민참여방식의 풍력발전모델이 가능했었던 이유는 제주도의 제도적인 지원덕분이었다. 제주도는 2011년 10월‘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는데, 이로써 풍력발전단지의 마을이‘신재생에너지 특성화마을’로 지정될 수 있게 되었다. 풍력발전지구 지정으로 불이익을 받는 주변지역을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풍력발전사업(3MW 이하 발전기 1대)이 가능하게 되고, 행원리가 최초로 마을단위에서 풍력발전사업에 뛰어들 수 게 있게 된 것이다.

행원리에 인근에 ‘행원풍력단지’가 조성된 것은 1997년이다. ‘풍력발전단지 사업자는 인근마을에 발전용량 1MW당 1천만원 이하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제주도 조례에 따라 1998년부터 연간 1억 2천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2011년 ‘신재생에너지 특성화마을’의 법적토대가 마련되자, 행원리 주민들은 2012년 9월 ‘(주)행원풍력에너지특성화마을법인’을 설립했다. 마을차원에서 모아놓은 풍력발전기금과 대출금을 합쳐 2013년 3월 마을법인 소유의 풍력발전기 1대를 설치했다. 마을은 이 발전기로 생산한 전기를 팔아 매년 약 10억 원 규모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출금 상환분을 제외하고 남은 수익금은 행원리의 6개 동에 동일하게 분배된다. 분배된 수익금은 해마다 각동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서 사용한다. 마을 고령주민들이 생활을 지원하는 마을복지기금, 마을공동시설 설치와 유지보수, 각종 마을운영비, 마을 장학회 운영 등에 사용한다.

 

▲ 행원마을풍력발전소, 국내 최초의 마을법인이 운영하는 풍력발전소, 설비용량: 2메가와트

 

행원리 주민들이 풍력발전기에 대해 갖는 인식은 마을의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고, 주민간의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면 문제 없다는 것이다. 이미숙 행원리사무소 사무장은 “어릴 때부터 풍력발전기가 익숙했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던 마을어른들을 믿고 따랐다. 처음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때 마을에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접해보는 풍력발전기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였다. 마을회 안에서 여러 절차를 거친 끝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섰다. 마을에서 마을회 대한 신뢰가 있었고, 믿고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그 이후로 마을에서 풍력발전과 관련된 건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는 편이다. 최근에는 행원리 인근 해상풍력단지 건설계획 때문에 마을 어촌계와 마을회 간에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마을총회를 절차를 거치면서 오해는 사라졌다. 모두의 동의하에 해상풍력단지를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 동회천 마을의 전경, 마을 57가 마다 3KW급 주택용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마을 태양광 사업으로 기본소득 실현, 동회천 마을

다음날 방문한 동회천 마을은 행원리 마을의 풍경과 전혀 달랐다. 집집마다 설치된 주택용 태양광 발전설비들이 마을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었다. 주로 주택의 옥상에, 옥상 없는 주택에는 마당에 3kw급의 커다란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난 2015년 마을의 57가구가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마을 인근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시설의 사용을 5년 연장을 하는 대가로 제주시로부터 21억원을 받았고, 이를 종잣돈 삼아 태양광발전설비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주택임대사업을 고민하기도 했었으나, 고령화 되어가는 마을에서 누가 관리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도차원의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접하게 되었고, 재생에너지 마을사업을 하는 제주 내 여러 곳을 견학해보고 태양광 사업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동회천 마을 주민들은 408kw급 태양광발전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특별지원금과 마을예산, 대출금을 들여 별도의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다. 마을태양광발전소에 생산한 전기의 수익금은 매년 1억 원에 이른다. 여태껏 대출금 변제를 했고, 작년부터 순수한 수익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는 복지안전자금으로 기금을 조성한 뒤 마을회에 등록된 1가구에 매년 120여만 정도의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모두의 자원인 빛에너지로 으로 마을 안에서 기본소득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부영식 마을이장은 “특히 평생 마을을 위해서 고생한 노인들에게 작게나마 노후자금을 마련해 줄 수 있게 된 것이 꽤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자평했다.

또한 “동일한 지원금이 마을에 생긴다면, 태양광설비에 또 투자해서 마을 어르신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의 마을발전소의 수익을 다른 곳에 재투자해서 사업규모를 늘리는 방식은 지양하려 한다. 일단 안정적인 마을발전소의 운영에 목적이 있다.” 고 말했다. 그리고 규모 때문에 태양광보다 수익성이 좋은 풍력발전기 사업의 추진에 대해 묻자, “동회천 마을이 있는 봉개동은 오름이 많다. 우리는 풍력발전기를 세워가면서 까지 오름을 포기할 수 없다. 보는 사람의 관점은 다르겠지만, 내 고향의 오름들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져서 경관을 망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름 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오름의 경관이 수려한 곳에 풍력발전기가 생기는 건 말이 안 된다. 경관과 산림파괴가 적고, 주민들이 동의하는 곳에서 풍력발전기를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 동회천 마을 태양광 발전소의 전경 시설용량: 408KW,

 

갈등이 생길 곳에 가지 않으면, 갈등은 생기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확대 있어서 가장 큰 변수는 법과 제도, 그리고 수용성이다. 법과 제도는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계획의 수립과 실행에서 볼 수 있듯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법과 제도의 방향과 주민들이 수용성은 반드시 같은 곳을 향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시설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줄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벌어지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책은 무엇일까. 행원리와 동회천 마을을 방문하기 전 서울에서 만난 김동주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은 “갈등이 벌어질 만 한 곳에선, 사업을 하지 않으면 된다.” 며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발전사업의 구조를 꼬집는다. 보전해야할 산지에 무자비하게 태양광 대단지가 세워지고, 백두대간 산등성이에 고속도로 급 작업로를 내어가며 풍력발전기를 꽂고 있는 것이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투기자본들이 수익성을 쫓아가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것이라 바라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번에 방문한 제주의 행원리와 동회천 마을주민들의 작지만 큰 실험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각 풍력발전과태양광 발전 규모는 현저히 작지만, 그 안에서의 마을주민들의 민주적이고 주도적인 힘에서 우리가 꿈꾸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글: 정책팀 박수홍(070-747-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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