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과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풍력발전, 독일에서 배운다

2009.05.06 | 재생에너지

지역주민과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풍력발전, 독일에서 배운다
에너지 마을, 다르데스하임 Dardesheim

독일 중부지방의 작센주에 위치한 다르데스하임(Dardesheim)은 과거 소규모 수공업자가 많았던 지방의 소도시에서 이제는 독일의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성공 마을 모델로 탈바꿈했다. 다르데스하임은 마을주민 10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규모의 지방 소도시이다. 이 작은 마을을 보기 위해 20여개 국가에서 방문을 하고 있으며, 각국의 주요 언론사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인도의 재생에너지 장관도 마을의 성공사례를 보기 위해 다녀가기도 했다. 마을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마을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자산인 풍력발전단지가 지역주민과 마을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은 1993년 최초로 풍력발전 단지를 만들기 시작하여 1990년 후반까지 총 4대의 풍력터빈을 설치하여 시간당 1MWh의 발전용량을 확보해 연간 1000MWh의 전기를 생산해냈다. 초기 작업을 위해 마을은 에너콘(EnerCon) 이라는 풍력 에너지 회사를 설립했다. 초기 투자비를 위해 주민들이 20%의 출자금을 부담하고 지방정부가 20%의 지원을 했다. 나머지는 지역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았다. 풍력발전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책인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 in Tariff)에 대한 신뢰와 향후 건설될 풍력발전기(Wind Farm) 자체가 담보가 되었기에 가능했다. 2007년 기준 다르데스하임 마을 공동체가 생산한 전력용량은 총 62MW으로 2MW급 28대와 6MW급 1대가 전력을 생산하여, 이를 통해 6MW급 1개의 풍력터빈에서만 연간 12~15,000MWh의 전력을 생산해서 4,000여명의 주민들의 전력수요를 충당하고 했다. 전체적으로 연간 총 120~130,000MWh 의 전력을 생산해 인근 지역 주민 80,000명의 전력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이는 마을 주민1000명이 사용하는 전력 수요량의 45배, 마을 전체 에너지 수요량의 15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초과된 전기 생산량은 전력 공급망을 통해서 판매되기 때문에 판매액은 지역공동체와 마을주민들에게 환원된다.

마을에서는 풍력뿐만 아니라, 연간 총 250MWh의 전력을 생산하는 9개의 태양광 공장이 들어서 있다. 그 중 5개는 개인소유이며, 4개는 마을 공동체의 소유이다. 이들 태양광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다르데스하임 마을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1/3을 충당하는 양이다. 또한 마을에서는 마을 인근에 현지 최대의 바이오가스 공장을 설립했으며 이를 위해 마을 소유의 유채꽃밭을 경작하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판매와 홍보를 하고 있는 율리히 나루프(Ulrich Narup) 씨의 말에 의하면 유채꽃을 통해서 생산된 바이오 메탄을 사용한 지난 5년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써 마을은 석유와 석탄없이 화석연료로부터 100% 자립을 하고 있다. 오히려 풍력과 태양광, 바이오 가스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오히려 주변도시에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한 마을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 애찬론자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한 마을주민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가능한 덕분이었다. 이러한 주민참여는 다르데스하임 마을의 성공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마을 주민들이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1달에 한번 ‘Dardesheim 뉴스레터’를 발간하는 일로 시작한다. 1993년 처음 발간된 이래 한번도 발간되지 않은 적이 없는 중요한 마을의 사업이다. 뉴스레터지에는 마을에서 생산된 전력과 거둬들인 수익금, 분담금, 투자 회수금 등이 기록되어 있다.

마을에서 발간된 뉴스레터와 언론에 소개된 정보에 의하면 풍력발전단지가 마을에게 풍요를 가져오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첫째로 마을에서 설립한 풍력터빈 생산회사인 에너콘(Ener Con)에서는 토지임대에 대한 로얄티를 지불한다. 보통 전체 수익금의 3~5%를 지불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터빈이 있는 곳의 토지 소유자(turbin stands)뿐만 아니라, 주변 땅의 소유자들(nearby landowners)에게도 로얄티가 지불되는 것이다. 2006년 약 5%의 로얄티 중에서 1%는 마을 공동체와 공공시설에 투자되었고, 2%는 땅 소유자(land owner)에게 나머지 2%는 주변 땅 소유자들(Surrounding landowners)에게 기부되었다.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해서 현재는 전체 수익금의 8%를 지불한다. 즉 풍력생산을 통해서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새로운 공동체 모델이 되었고, 에너지 공급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다.

두 번째로는 마을의 에너지 축제이다. 에너지 생산을 통해서 마을은 활기가 넘기는 건강한 마을이 되었다. 매년 지방정부가 다르데스하임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Party를 개최하는데 400~500명의 사람들이 풍력단지 내에 텐트를 설치하고 음악 연주회와 소세지와 맥주 파티를 연다. 현지에는 전력생산을 통해 마을에 투자된 자금으로 문화단체를 지원하여 오케스트라, 브라스 밴드도 결성되었다. 이를 통해 조용한 지방 도시는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마을이 되었다. 2005년에는 ‘생태적 경제기적’과 ‘생태주의자 예수’ 등의 책으로 국내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프란츠 알트(Franz Alt)가 마을축제를 방문해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프란츠 알트는 축사에서 풍력발전 단지를 “천국에서 준 선물(gift from the heavens)” 이라고 칭송했다. 또한 풍력발전을 통해서 마을 주민들이 하고 있는 일이 현명하며, 경제적이고, 앞선 생각들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What you are doing here with your wind energy is intelligent, economic and forwarding thinking.)

또한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지역의 일자리 창출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지역에서 친환경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을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다르데스하임 재생가능에너지 정보센터 (Druiberg Renewable Energy’s Imformation Center)에서는 75명의 주민들이 전 세계에 직접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일 자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Enercorn에서는 현재 8명의 마을출신의 기술자가 일을 하고 있으며, 2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또한 율리히 나루프씨의 말에 의하면 풍력발전기의 모터와 날개, 지지대 등을 운송하는 일에 많은 고용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대형 터빈과 날개 운송을 위해 수 많은 트럭과 크레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일자리를 창출과 직간접적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르데스하임 마을의 풍력발전단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에는 ‘주민참여’와 ‘마을 공동체’에 있다. 다르데스하임 마을주민들에게 풍력발전단지의 성공은 곧 마을의 성공이자 자신의 성공이다. 풍력발전단지에서 전기가 많이 생산될수록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온다. 또한 마을주민들은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마을에 설치하면서 ‘마을 공동체’의 공동 성장을 체험했다. 풍력발전 단지내에서 이뤄지는 마을 축제는 이제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고 있으며 풍력단지의 수익금의 일부가 마을에 투자되어 마을 자체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더불어 자신들이 매일 쓰고 있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어서 어떤 경로로 오는지, 또한 그렇게 생겨난 전기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지 몸으로 깨닫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주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와 풍력발전단지에 가지는 애정은 남다르다.

다르데스하임 마을의 사례에서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과 장점을 배울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장점은 에너지를 직접 생산 운영할 수 있으며, 생활 속에 에너지 교육이 가능하고, 지역에서 소규모로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 생산(분산형 에너지)이 가능하며, 생산된 전기를 판매하여 수익금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주민들의 참여는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성패여부의 핵심키워드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보급되는 풍력발전단지에는 지역주민이 보이질 않는다. 단순히 외부 기업에 의한 풍력발전기 설치, 운영, 수익금 회수만이 존재할 뿐이다. 풍력발전단지가 설치되는 지역의 주민들을 무시하고 설치·운영되는 풍력발전단지에는 미래가 없다. 현재의 구조하에서는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터전에 거대한 풍력발전단지가 자신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들어오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아니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하고 경관을 해치고 있다. 제주의 난산풍력발전단지, 밀양 알프스 풍력발전단지, 영덕 맹동산 일대의 풍력발전단지가 그러하다. 이를 위해 독일의 다르데스하임 마을의 풍력발전단지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인터뷰-
Ulrich Narup 다르데스하임 프로젝트 홍보매니저 narup@rkwh.de

– 참고사이트  
   http://www.energiepark-druiberg.de/presse/20080625_Status_of_realizationDruiberg_energy_farm.pdf
   http://www.energiepark-druiberg.de/index.php?id=english
   http://www.wind-works.org/articles/DardesheimGermanysRenewableEnergyCity.html

– 위 글은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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