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면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고 머리는 지끈거립니다. 더워지는 지구를 이렇게 감기에 걸린 환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체온이 1도만 올라도 괴로운 것처럼 지난 100년 동안 0.74도가 상승한 지구도 지금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남극 빙하가 무너져 내리고, 초대형 태풍과 극심한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태평양 섬나라 몰디브에서 사람들이 수심 3미터 바다 속에서 진지하게 수중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대통령과 장관들이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수중회의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시위였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시위를 할 정도인걸 보면 그 나라는 정말 급박한 상황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이제 우리는 개인이 사용한 에너지에 대해 그리고 그 에너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기후에너지국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감시하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에너지 공급보다는 수요관리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도록 하고, 지금처럼 원자력발전소를 계속해서 짓는 것은 기후변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는 덜 배출될지 몰라도 심각한 사고의 위험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문제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결국 전 국민이 얼마나 에너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목표치가 너무 높으면 사람들이 포기하기 쉽고, 너무 낮으면 목표를 세우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2020년에도 2005년 배출 수준을 유지하거나 -4% 감축, 심지어 +8%증가를 목표로 세우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사실 기후변화 문제는 제로섬 게임과 같습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온실가스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모든 나라들이 자신만은 책임에서 예외가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렇게 조금씩 배출량을 늘여가다 보면 결국 지구는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업계가 경제활동 위축을 이유로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에도 반대를 하고 있는데, 엘 고어가 이야기 한 것처럼 “지구가 끝장난 다음에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후에너지국은 동시에 대안을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마을이 지구를 살린다”라는 지역에너지(Local Energy) 운동입니다. 먹을거리도 가까운 곳에서 재배한 로컬푸드가 몸에 좋듯이, 에너지도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지구에 좋습니다. 부안 등룡마을, 서울 성미산 마을을 에너지 자립과 저탄소 마을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전국의 녹색연합이 함께 하고 있는데요.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자전거길 만들기, 광주전남녹색연합의 녹색아파트 만들기가 그것이지요. 지난해부터는 아베다, 산청 대안기술센터와 함께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선생님들이 자전거 발전기, 태양광발전기, 풍력발전기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기술을 배워서 학교에 설치하도록 하는 일이랍니다. 힘들게 만든 재생가능에너지가 아이들에게도 또 지역에도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녹색연합 회원님들도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해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와 “전기에너지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강좌를 열었고, 올해는 “기후변화 대안을 찾아서”라는 현장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먹을거리, 기후변화와 생태건축, 기후변화와 대안에너지의 현장을 함께 찾아가서 공부하는 답사 프로그램에 회원님들의 참여가 뜨겁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색연합 회원님들께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얼마나 감내하실 수 있으세요? 영국 정부는 3년여 간의 논의를 거쳐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80%를 줄인다는 ‘기후변화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최근 영국은 2016년부터 모든 신규주택은 ‘탄소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고, 런던시는 시내에 차를 몰고 오는 것만으로 2만원에 가까운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은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평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6% 감축해야 합니다. 일본 시민들은 달성을 위해 ‘팀 마이너스 6%’ 캠페인을 펼치는데 시민이 ‘팀’을 만들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입니다. 심지어 프로야구팀도 야간경기 시간을 줄여 조명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습니다. 공수 교대도 2분15초 이내에 하고, 투수들도 주자가 없으면 빨리 공을 던집니다. 우리도 이제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생활을 에너지를 덜 쓰는 삶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만화나 영화를 통해 본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라고 하면,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스파이더맨을 떠올립니다. 이 영웅들이 실제로 있다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인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북극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지금 상황에선 ‘힘이 센’ 슈퍼 영웅들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은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10년 준비 끝에 한겨울 난방연료 없이 지낼 수 있는 ‘에너지제로하우스’를 건축한 사람, 강동구청 청소차량 연료로 폐식용유를 정제한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게 만든 공무원, 정장 한 벌의 ‘탄소발자국’ 라벨표시를 위해 공장까지 찾아가 에너지사용량 자료를 구한 회사원, 강의가 끝난 빈 강의실을 돌며 일일이 불 켜진 강의실의 스위치를 내리는 대학생들. 기후변화 시대, 저는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우리 회원들이 모두 지구를 지키는 ‘작은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