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과 화석연료

2011.02.08 | 재생에너지

귀농하기 전에 생활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들 어린이집 비용이었습니다. 아이 셋을 한꺼번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야했고 여차여차 혜택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귀농한 이후에는? 아이들 교육에는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무상급식, 무료 방과 후 수업, 따로 학원을 보내지도 않으니 아이들에게는 옷값, 준비물 값 정도가 들어갑니다. 귀농 후 생활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기름 값입니다. 난방에 사용할 석유와 차에 들어갈 기름 값이 생활비의 일등공신(?) 이지요.

우리는 귀농을 하면 자연과 벗하며 초록빛 생활만 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동과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를 끊임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난감한 현실에 부딪혔지요. 우리 마을 12가구의 난방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집은 나무, 어떤 집은 화목겸용, 어떤 집은 기름+연탄겸용, 그리고 우리 집은 기름보일러 난방. 도시에서야 도시가스를 사용하므로 난방에 대한 고민이 시골보다 덜하겠지만 해발 520m의 산자락에 자리 잡아 겨울도 길고, 춥기도 한 우리는 난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겨울에, 아이들 때문에 집을 늘 따뜻하게 해두었고 평균 겨울에는 15만 원 이상의 가스 비를 냈습니다. 그리고 낼 때마다 생각했지요. 아 비싸다. 너무 비싸다. 그런데 이곳에서 겨울 한 달 냉방 비는 춥게 지내도 40만원이 들어갑니다. 도시에 살 때보다 두 배 이상의 난방비용….

이동도 문제입니다. 도시에 살 때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남편은 차를 이용했습니다. 주유비가 많이 나왔다 싶을 때에는 남편도 대중교통을 이용했지요. 귀농해서는?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논밭을 오고갈 때 수확물을 실어 나를 때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올 때
장을 봐야할 때 병원에 가야할 때 조금이라도 이동을 해야 하면 무조건 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산자락이라 자전거 이동도 쉽지 않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지요. 이 정도면 농사지어 돈 벌어서 기름 값으로다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지요.

낭군과 저는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시골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은 무엇일까 생각도 많이 해보았지요.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귀농 후 청소기는 과감히 버리고 빗자루 질을 고집했고 추운 날이 아니면 헤어드라이어 사용도 하지 않았지요. 물론 사용하지 않는 코드는 바로바로 빼어놓고요. 하지만 난방에너지, 이동에너지는 어떻게 할까 싶었습니다. 이동에너지는 농사를 계속 짓고 시골생활을 계속해야하나?

그렇다면 난방은? 계속 기름난방을 할 수는 없다, 그럼 뭐가 좋을까? 태양열, 펠렛? 하지만 대안에너지라고 일컬어지는 그 무엇도 우리들의 대안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설치비용도 문제이지만 설치 후 에너지 자립이나 절약을 가능하게 해줄 정도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 펠렛의 경우 유행처럼 왔다가 가버릴 것 같은 생각,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 펠렛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연탄으로 난방시스템을 바꾼 지인의 경험, 그리고 현재 대안에너지라고 말하는 에너지들이 대안에너지인가 하는 의문까지…. 그리고 정부에서 농촌 농촌하고 지자체마다 귀농 귀농하지만 그 누구도 농촌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구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지요. 지자체마다 불고 있는 풍력 단지, 태양열 단지 등의 에너지 단지 건설은 실제로 에너지 문제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 바람 같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아쉽게도 기름+연탄보일러 겸용입니다. 그래서 연탄보일러를 새로 사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연탄 1000장을 들여놓았습니다. 연탄을 사놓은 날,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올겨울과 내년 3월까지 수입이 전혀 없는 시기에 그래도 춥게 지내지는 않겠구나, 새로 태어날 아기가 처음 맞는 겨울이 춥지는 않겠구나, 우리 집 난방비가 반으로 줄어들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내 곧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 화석연료 사용과 바이 할 수가 없구나, 아 마음 같지가 않구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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