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 넓은 자동차 야적장은 언제 태양광으로 덮이나

2022.06.10 | 재생에너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공장이라고 한다. 여의도 면적 1.6배에 달하는 부지에서 5만 톤 급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한 전용 수출부두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한다. 하루 평균 6천 대의 차량을 생산하는데, 환경을 보호하는 파수꾼이란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산업발전의 산실, 울산공장의 홈페이지는 그렇게 우리를 맞이한다. 그런데 왜 그 넓은 공장 부지에 태양광은 보이지 않는 걸까? 전기도 많이 쓸 텐데?

작년 현대차그룹 5개사(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는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영국의 비영리기구이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 주도로 시작되었고, 연간 100기가와트아워(GWh)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세계적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350곳을 넘어섰고, 우리나라에서는 SK그룹 8개사가 최초로 RE100에 가입신청을 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후 LG솔루션,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에 이어 현대차도 RE100캠페인에 동참했다.

LNG 발전은 친환경이 아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울산 공장 내에 184메가와트(MW) 규모의 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그린워싱 비판이 일었다. 

LNG(액화천연가스)는 친환경이란 이름을 곧잘 붙여 달지만, LNG는 친환경도 재생에너지도 아니다. 이름에 ‘천연’이 들어가 친환경인 듯 생각도 되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의미에서 천연이다. 천연가스가 친환경이란 착시는 이름이 주는 연상적 이미지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의도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도 LNG 발전 사업 전력과 열의 에너지 생산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40gCO2eq/kWh(설계설명서 기준) 이내라는 조건을 달아서 녹색활동으로 분류하는 오류를 범했다.

LNG 발전은 생애 전 주기적 탄소배출량으로 볼 때 석탄발전의 6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약 1/6 수준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결코 친환경이라 불릴 수도, 분류되어서도 안 된다. 당연하게도 RE100 캠페인에서 인정하는 재생에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기후위기와 탄소의 급진적 감축이 시급한 과제이자 대표적인 화두로 부각되기 전까지 LNG는 에너지전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에너지원으로 촉망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넓은 자동차 야적장과 공장 지붕에 태양광 설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녹색연합

그 넓은 야적장과 공장 지붕에 태양광은?

현대차는 LNG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전력 사용량의 70%를 공급하면 한국전력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공장 내에서 LNG를 통해서 열과 전기를 생산하면 에너지 효율이 20% 이상 향상되고, 탄소 감축이 가능하며, 향후 수소로 대체할 계획이라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RE100 참여를 선언한 현대차가 탈피해야 할 의존도는 한국전력의 전기공급으로부터가 아니라 LNG라는 수입연료 의존도가 아닐까? 

외부로부터의 전력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면, 재생에너지 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그 드넓은 공장 지붕과 야적장은 왜 비워두는 것일까? 축구장 670배에 이르는 부지, 여의도 1.6배, 5백만제곱미터(㎡) 면적의 부지는 대략 500MW의 태양광 설비가 가능한 면적이다.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설비된 태양광은 9MW으로, 태양광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 잠재량의 1/50에도 미치지 못한다. 

RE100이 그린워싱 수단이 되지 않으려면 

환경과 지속가능성이란 단어 역시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오염된 채 사용된 지 오래다. 기후위기, 탄소중립이란 언어가 지체해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대응 과제로 쓰이기보다 기업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전략의 변화, 시급한 수단을 실천하는게 아니라 마케팅의 일환으로 포섭되어버리는 모습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확인한다. 

중요한 것은 RE100 선언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만들고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뒷전인 채 화석연료 LNG를 우선 염두에 둔다면 결국 RE100을 그린워싱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는 조합원 고용 유발 효과가 없어서 노조가 반대했기 때문인지, 그린워싱이라는 비판 때문인지 LNG 발전소 건설 운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그렇다면 이참에 현대자동차는 RE100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과연 그 넓은 자동차 야적장과 지붕을 그대로 비워둔 채 RE100을 구현한다는 것이 온당한 의미인지, 전력 자립도를 높인다면 그 방식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애초에 RE100 캠페인을 제안한 목적은 단지 개별 기업이나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거나 적당히 선언 정도에 참여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호락호락 활용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재생에너지 확대 운동으로 RE100을 이해할 때 캠페인의 진정성과 에너지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글 :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이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60911572167790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