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루는 것은 팔 할이 전기다

2022.07.20 | 재생에너지

환하게 켜진 두 개의 형광등, 연신 타닥 타닥 소리를 내는 노트북, 34도의 더위 속 나를 지켜주는 소중한 에어컨, 방 전체의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선풍기, 집중도를 올리겠다며 휴대폰과 연결해놓은 블루투스 스피커. 오전 시간 한참을 일하다보면 배가 금세 출출해진다. 간단하게 먹어볼까? 맛있게 익어가는 김치냉장고 속의 열무김치를 꺼내 가위로 숭덩 숭덩 잘라 그릇에 넣고 국물도 쪼르르 따른다. 인덕션의 전기를 풀파워로 올리고 끓여낸 물에 면도 알맞게 익혀 찬물에 박박 씻어서는 그릇에 넣고 야무지게 먹는다. 먹었으니 커피를 내려마셔야지.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갈아낸 원두를 드립하고 한 잔. 캬 이게 바로 여름날의 재택근무지, 하다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 전기 없으면 못 사는 거 아냐?

전기를 발견했던 그 날, 전기가 없었던 그 날

1752년 미국의 학자 프랭클린과 그의 아들은 연을 가지고 들판으로 향했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아들 사랑이 가득한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펼쳐질 것만 같지만 그 날은 천둥이 치고 검은 먹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던 어느 오후였다. 이들은 연줄 맨 아랫부분에 금속 열쇠를 단 연을 구름 위까지 날렸고, 몇 시간의 실험 끝에 번개로부터 흘러나온 전기가 연을 통해 내려와 열쇠와 병 사이에 전기 불꽃을 일으키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라이덴병 실험, 번개로부터 전기를 모은 최초의 실험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동일한 실험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위험했던 전기. 전기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발전시켰고, 마침내 오늘날 우리들을 전기 러버로 만들어버리기에 이르렀다. 이런 전기가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1977년 어느 초여름 저녁, 미국 뉴욕의 한 발전소에 벼락이 떨어지며 도시 전체에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승강기를 타고 오르던 사람들은 공중에 매달린 채 구조를 기다려야 했고, 수술을 받던 환자들은 정전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어두운 도시에서는 가게를 부수고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조되어 하루 동안 1000곳 이상의 가게에서 도난이 발생하고 10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정전이 된 25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대충 생각해봐도 전기 의존도는 지금이 훨씬 높은데, (물론 현재의 전력시스템이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한 번 상상해보자)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찔하다.

의존에서 벗어나면 조금 덜 무서울 걸

출처. 서울신문

지난 6월 전력수요가 역대 6월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2021년보다 4.3% 증가한 7만 1805MW로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래 최고치란다. 또한 6월 최대전력이 7만MW를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라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가 난리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미 정전사태가 발생했고 각 나라들도 대책에 고심중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 모두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전쟁, 가뭄, 폭염. 더워도 너무 덥다. 역시 기후위기는 모든 것을 잡아먹는다. 세계 어느나라나 그렇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한 여러가지 시스템을 가동 중인데 대비책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역시 ‘절전’이라고 한다. 전기가 우리 삶 곳곳의 근간이 되어버린 지금의 현실 속에서 전기를 끊어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약간씩 멀어져보는 것은 어떨까?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법한 아주 기본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 냉장고 문 자주 열지 않기
    : 냉장고 안의 조명, 문을 열 때 빠져나오는 냉기 등으로 전력 손실이 크다
  • 필요 없는 전등 끄기
    : 너무 밝은 빛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불을 꺼보자
  • 쓰지 않는 전자기기 꺼 두기
    : 대기 전력이 있는 제품은 콘센트에서 코드까지 분리해야 한다.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을 쓰면 편리하다
  • 에어컨을 틀었다면 창문 닫기
    : 조금만 열려 있어도 그 틈으로 에너지가 새어 나간다
  • 전기를 동시에 많이 사용하지 않기
    : 전기는 동시에 사용할수록 에너지가 많이 소모 된다. 에어컨과 전자레인지와 청소기를 같이 쓰면 순간적으로 에어컨 두 대를 켠 것과 같은 양의 전기가 소모되기도 한다
  • 집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여 전기 직접 생산하기
    : 태양광이야말로 에너지 자립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절전형 제품을 사용하기
    : LED등 절전형 전자 제품을 사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자

사람은 선택지가 다양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선택지가 좁을 수록 불안하고 그 선택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2011년 발생했던 동일본 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전력 제품의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전기에 의존했던 삶에서 아주 조금씩 멀어져보려는 생각이 결국 우리를 덜 불안한 삶으로 이끌 것이다. 완벽한 실천을 위해 너무 심각해지지는 말자. 전기 의존도를 낮추려는 마음,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작심삼일이 되도 좋으니 무엇이든 해보자. 작심삼일도 열 번이면 한 달,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슬그머니 형광등 하나를 끄고, 냉방된 거실의 에어컨을 꺼본다.)

*어느새 전기에 중독된 것 같은 내 삶에 의문이 생긴다면? ‘따끔따끔, 내가 전기에 중독 되었다고?’를 읽어보세요!

글 : 녹색연합 신지선

*이 글은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빅이슈 코리아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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