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게 과학인가?

2023.08.04 | 탈핵

바닷속에서 살 수만 있다면 살림을 차리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허무맹랑한 소리지만 가구와 가전제품, 생활용품, 건축폐기물 등이 없는 것 없이 다 버려져 있어 그것들로 용궁을 짓고 용왕이 되어 사는 것쯤은 일도 아닐 지경이란 이야기다.

그렇게 육지의 폐기물을 다 받아 안아온 바다다. 그러나 막대한 양의 해양투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수십 년 전 국제사회는 폐기물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것을 일본 정부가 위반하겠다 하여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바다가 온전히 제 것인 양, 그것도 쓰레기통쯤으로 여기는 듯한 일본 정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134만t을 일단은 30년간 바다에 버리겠다고 한다. 그들이 제멋대로 정한 그 해양투기 시점이 이 여름 막바지인 것 같다. 임박한 듯 보이는데, 우리 정부는 대응은커녕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론을 존중한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오염수 해양 투기가 저질러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심산이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달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냈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보증수표나 되는 듯 의기양양해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이 다르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애당초 무리였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진하고 군사적 목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의 기구이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식 중 하나가 핵발전이고,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로 발생한 것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이다. 핵발전과 그로 인한 영향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는 기구가 애당초 아니다.

이 기구는 대단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수행한 것 처럼 이야기하지만, 1070개 탱크 중 3개의 탱크에서 ‘일본 정부가 채취’해 준 시료를 분석의뢰했다. 핵종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 밑바닥 슬러지의 방사능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어, 오염수 핵종 농도를 측정하려면 전체 오염수를 섞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을 하지 않은 채 뜬 시료를 그대로 받았다는 것이다(도쿄전력 관계자는 지난 6월 8일 일본 초당파 의원모임 ‘원전제로·재생에너지 100 모임’에서 교반 작업 없이 윗부분의 오염수를 채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15일 IAEA가 확증 모니터링에 활용한 오염수 시료는 교반 장치를 통해 ‘균질화’ 작업을 거쳤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통해 핵종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 이 장치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고, 제대로 작동하는지의 여부는 공개된 바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번 보고서도 이 장치의 성능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스스로 설정한 방사선 관련 기본 안전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다.

원칙에 따르면 해양 방류 외에 더 최적화된 다른 대안들 즉, 오염수의 대형 탱크에 보관하거나, 고체화 하는 방법 등을 검토했어야 하는데,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의도적으로 위험성을 축소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보고서를 사용한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덧붙인 말에는 실소를 짓게 한다. 그러나 이 결론이 과학적인 것이라고 신봉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대체 과학이란 무엇이었을까?

왜 위험하다고 하나?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는 지금도 수습되지 못하고 노출된 채 높은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이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와 빗물, 유입된 지하수들이 섞인 것으로 그야말로 방사성핵종으로 오염된 오염수다.

핵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이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종류도 많고 독성도 강하다. 삼중수소, 세슘-133, 세슘-137, 스트론튬-90 등이 잔존해 있는 오염수이지만 이것을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거친 ‘처리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장치로 제거할 수 있는 핵종은 없다. 다만 그 농도를 낮추는 것만이 가능한 저감 장치일 뿐이며, 그 성능은 검증된 바 없다.

오염수는 먼저 1) 세슘 흡착 장치를 이용한 세슘 농도를 저감하고, 2) 스트론튬 농도를 저감하고, 3) 담수화 장치를 통해 염분을 제거하고, 4) 다시 냉각수로 재이용하고, 5) ALPS로 62종 핵종을 저감시켜, 6) 탱크 보관이라는 6단계를 거친다는데, 이때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제거도 저감도 되지 않는다. 

오염수 해양투기 외에 다른 대안은 있나?

현재 도쿄전력의 계획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내 저장탱크에 쌓여있는 오염수 134만t을 기준치 이하로 물에 희석해서 약 1km의 해저터널을 통해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다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지만 희석하던, 희석하지 않던 바닷물에 버려지는 오염수 속에 있는 방사능의 양은 변함이 없다. 기준치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기준치는 과연 안전한지? 이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그 어떤 권위가 과연 부여 가능한지 묻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누구도 기준치 이하일지라도 피폭을 강요받을 이유는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해양투기를 결정한 이유는 가장 저렴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2018년 일본정부는 해양방출, 수증기방출, 수소방출, 지하 매설, 지층 주입을 검토했다. 그러다 해양방출과 대기방출로 좁히더니, 결국 바다에 희석해 버리는 것을 결정해 버린다. “바다는 일본의 핵쓰레기통이 아니다!” “바다에 대한 핵테러를 멈춰라!”라는 주변국들의 우려와 요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후안무치’ 그 자체인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있다. 

핵 오염수는 가장 값싼 방식으로 처리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방사능 피폭을 줄이려면 반감기를 고려해서 충분한 기간 차폐, 격리시켜야 한다. 오염수를 육상에서 장기 보관하는 대안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석유 비축기지로 활용되는 대형탱크를 만들어 보관하거나 시멘트와 모레를 섞어 고체화하는 방안. 지금 시도해도 늦지 않았다.  

핵발전이 끝나도 계속 방출되는 방사성물질 

핵발전을 하는 한 대기와 액체로 방사성물질이 나온다. 핵발전의 문제이고 위험성이다. 핵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들은 상시적 피폭에 시달리고. 암 발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핵발전소 가동 중에 상시적으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뿐만 아니라 가동이 끝나도 10만 년 이상 독성물질이 사라지지 않은 핵폐기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가동 중의 상시적 사고 위험, 그것도 한번 발생하면 수습이 어려운 핵발전사고 (12년 전 후쿠시마 핵사고의 여파를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처분할 곳 없는 핵폐기물. 하루라도 빨리 핵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국, 국제원자력기구 등은 핵발전을 계속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핵발전소를 지으며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방사성물질을 기체와 액체 형태로 내보낼 것이기 때문에, 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오히려 일본정부의 해양 투기에 우려하고 반대하는 국민들이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겁박하는 것이리라.  

강과 바다, 마냥 크고 넓다고 믿는가

용산 미8군 기지 영안실에서 독극물 방류를 지시했던 자에게 한강은 크고 넓었다. 당시 (2000년) 영안실 부소장 앨버트 맥팔랜드의 지시로 주한미군은 수도권 시민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한강에, 시신 처리 방부제로 사용하던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별도의 정화시설이 없는 용산 기지의 하수구를 통해 무단 방류했다. 포름알데히드는 암과 기형을 유발한다.

우리는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을 함부로 오염시키는 행위에 분노했고,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다. 미8군의 환경기초시설 및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자료 공개를 요구했고, 주한미군주둔군협정에 환경조항 신설을 요구했다. 

어쩌면 일본에겐 바다가 핵폐기물을 버리기에 마냥 크고 넓기만 한 것인가보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에 핵폐기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방사성 오염수를 받아 안은 바다가 온전할 리 없다.

바다가 온전치 못하면 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우리의 안위는 특히 더 온전치 못하다. 방사성 핵종의 생물 축적은 먹이사슬 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서 농축되거나 증폭된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단계에 있을 수록 그 농도는 더 높아진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괜찮다며 ‘가만히’ 있는 정부가 제 구실을 하도록 우리가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이미 오염수가 방류된 뒤 우리 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하겠다는 한가한 태도는 필요없다. 방류 자체를 막아야 한다.

글.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949293&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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