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소송인단은 ‘기준치 이하’ 피폭의 증거다, 방사능 피해 인정하고 지역주민의 고통과 희생 외면하지 말라.

2023.08.30 | 탈핵

[갑상선암 공동소송 2심 선고 결과에 따른 탈핵시민행동 성명서]

소송인단은 ‘기준치 이하’ 피폭의 증거다,

방사능 피해 인정하고, 지역주민의 고통과 희생 외면하지 말라.

오늘 부산고등법원은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갑상선암공동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주민들이 걸린 암이 핵발전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핵발전소로 인한 건강 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핵발전소 인근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환자(618명)와 그 가족들(2,856명)이 2015년 2월 25일 한수원을 상대로 시작한 소송이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여하는 지역주민은 모두 갑상선암 환자들로 핵발전소에서 평균 7.4km 떨어진 곳에서 평균 19.4년간 살아왔다.

소송 과정에서 원고와 변호인단은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의뢰해 서울대가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에서 갑상선암 발병의 상대위험도가 2.0을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을 제시했다. 또한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여성은 먼 거리에 사는 여성보다 갑상선암이 2.5배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음을 말했다. 정부의 조사로서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를 들어 그 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올해 6월 8일 환경부가 발표한 <월성원전 지역주민들의 건강 영향 조사> 결과보고서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건강 피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의 양남면 주민 960명의 소변검사 결과 740명(77.1%)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심지어 반경 5km 내 거주하는 주민 34명의 염색체를 표본 조사한 결과 16명(47.1%)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평생 250mGy(밀리그레이)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된다.

핵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건강상의 피해가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정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분명하다. 또한 이미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증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수원이 배출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미만’이라는 사실만을 근거로 한다.

우리는 ‘기준치’라는 것이 얼마나 핵발전 피해를 정당화하는지 알고 있다. 아무리 저선량이어도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그 피해의 크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치 이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확실히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방사능은 안전치가 없고 가능한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때 우리 국민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도 이와 같다. 물로 희석하고 정화 장치로 걸러 기준치 이하라고 하지만, 그조차도 해양생태계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갑상선암공동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은 재판부의 판결과는 반대로 ‘기준치 이하’의 피폭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말대로 그들의 몸이 곧 증거다. 눈에 보이는 증거는 억지로 외면한다고 해서 그 증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땅에 핵발전이 운영되고 핵폐기물이 계속 발생하는 한 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인근 주민들의 피해에 눈감는 것은 국민들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더 이상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커져서는 안된다. 더 이상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핵발전과 방사능 피해의 진실을 알리고 생명을 위한 발걸음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2023년 8월 30일

탈핵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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