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신규핵발전소 건설 반대, 안전하고 정의로운 미래로 나아가자

2023.08.26 | 탈핵

[기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신규핵발전소 건설 반대,
안전하고 정의로운 미래로 나아가자


신한울 3, 4호기로도 모자라, 다시 예고된 신규 건설 계획

지난 7월 산업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이전보다 조속히 수립할 것을 발표하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검토할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7일 열린 첫 회의에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마련된 기존 신재생 워킹그룹을 원자력 발전 등을 포함하는 무탄소전원 워킹그룹으로 개편해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재생에너지를 지우고 핵발전 확대를 위한 초석을 다시금 다지고 있다.

정부는 작년 ‘원전최강국’ 건설을 선언한 후, ‘탈원전 폐기’과제에 따라 출범 직후부터 불행히도 착실하고 저돌적으로 핵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신규 건설은 그 간 백지화되었던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과정을 밟아왔다.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축소해 졸속으로 진행하고, 실시계획 승인기간을 평균 대비 11개월이나 축소한 것이다. 지난 6월 부지정지공사에 돌입하며 이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만 남았다.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부지별 핵발전소 밀집도와 국토면적당 설비용량은 물론 핵발전소 주변 인구 수도 가장 높다. 작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와 같이 앞으로 건설될 핵발전소 운전허가기간은 60년. 핵발전소가 지어질수록 우리나라는 탈핵에서 멀어지고, 처분할 수 없는 핵폐기물은 쌓여간다.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신규 건설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지는 고민스러운 문제다. 그래서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그에 따라 대응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4가지 이유를 꼽아본다. 먼저 지역갈등과 불평등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5개 부지에 30기 핵발전소가 몰려있다. 새로운 부지선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 피해 사례들이 알려지고, 당시 새롭게 계획된 신규 건설을 주민들이 막아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핵발전소 찬반으로 인해 지역공동체가 붕괴되고 오랜 갈등으로 지역사회가 분열되었다. 신규 건설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낳게 된다.

새 부지가 없으니 핵발전소는 기존 지역에 계속 지어졌고, 경기 침체 문제도 발생한다. 농수산물 판매나 관광 산업이 쉽지 않고, 특히 주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쉽게 매매가 되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핵발전소 유치 시 경제적 지원금을 제공하고, 핵발전소 건설로 지역 경제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2004년 고창군 보고서에서 밝혔듯 건설 과정에서 유입된 인구와 경제 효과는 건설이 완료된 후 빠져나간다. 지역 경제가 핵발전에 매이고, 핵발전을 유치하는 악순환에서,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핵폐기물 문제이다.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모든 것은 핵폐기물이 된다. 특히 좁고 인구가 밀집된 국내에 10만 년 이상 격리 보관해야 할 고준위핵폐기물 부지는 과연 찾을 수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핵폐기물을 처분할 수도 없으면서 미래에 더 많은 짐을 떠넘기고 있다. 또한 현재 사용후 핵연료가 부지 내 밀집해 저장되어 사고 위험이 높다. 러-우 전쟁에서처럼 휴전국인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은 언제든 무기가 되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여전히 수습은 요원하고 오염수마저 바다에 버리려는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핵사고는 돌이킬 수 없으며 일상을 파괴한다. 일반 핵발전소도 상시적으로 방사능이 배출되고, 주민들은 피폭된다. 이미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갑상선암을 비롯한 갑상선질환을 앓고 있다. 삼중수소가 새나오는 경주 월성 핵발전소 주민 대다수가 최근 삼중수소에 피폭되었음이 밝혀졌다. 신규 건설은 더 많은 주민을 위험에 내몰 것이다.

지속불가능하단 건 잦아지는 기후재난에도 마찬가지다. 해안가에 자리한 핵발전소는 기후위기 시대의 해수면 상승, 태풍, 홍수 등에 취약하다. 그런데 작년 울진 산불 역시 핵발전소를 위협하며 대정전 위기에 직면했다. 대용량 핵발전소가 갑자기 전력 공급이 안될 때, 이를 메울 발전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핵연료를 냉각시켜야만 하는 사고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핵발전소보다 주민 안전이 후순위가 되며, 주민들은 신한울 3, 4호기 설명회에서 강력히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핵사고는 그 무엇보다 파괴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위험은 떠넘기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원이다.

네 번째는 기후위기 시대,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한다. 세계적인 흐름은 재생에너지 확대이다. 중국은 올해 신규 핵발전소 설비 규모 목표가 2.89GW인 반면, 태양광은 120~140GW공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프랑스 역시 2035년까지 핵발전 비중을 50%로 줄이고, EU는 2030년 신재생 에너지 비중 목표를 42.5%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오로지 핵발전 확대에 놓았다.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믹스해야 한다며 10차 전기본에서 2030 NDC 목표에 비해 핵발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는 줄이고, 석탄발전은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강조하는 핵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는 불가능하리라는 관측이 다수이다.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모두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 재생에너지 비중 약 20% 이상부터는 핵발전의 발전량을 줄여야 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늘며 원전의 출력감발 빈도가 증가해 정상적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올해 초 삼척에서 원전백지화기념탑을 처음 봤다. 긴 시간 동안 주민들이 고통과 상처 속에서 싸워오셨을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주민들의 힘으로 삼척을 지켜냈다는 것에 놀랍고 든든했다. 최근 한 대회에서도 우리는 이미 승리 경험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민의 힘으로 삼척, 영덕 등 일방적인 신규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켰고 핵폐기장 부지 선정 역시 수차례 막아냈다는, 현재 운동 지역 이외는 승리한 역사라는 이야기다. 쏟아지는 핵발전 확대 정책에 앞서, 이미 이룬 역사들에서 안전한 미래의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겠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요국 탈원전정책의 결정과정과 정책시사점 분석’에 따르면 탈원전국가와 일본 등 총 5개국을 비교했을 때 탈핵의 가장 큰 요건은 ‘반원전 여론 조성’과 ‘정부 결정’ 2가지이다. 여론은 이후 정책 결정에 기반이 되고, 정책이 지속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물론 독일처럼 탈핵 법안이 통과와 폐기를 반복할 경우도 있었다. 핵발전 확대 정책이 계속되는 때, 투쟁 외에도 흩어져 있는 잠재적 탈핵 지지자들을 찾고 함께 반원전 여론을 조성해가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IPCC 6차 보고서 역시 탄소감축 잠재력이 가장 높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핵발전이 아닌 ‘풍력’과 ‘태양광’을 꼽고 있다. 핵발전은 감축잠재력과 비용 대비 효과 모두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낮다. 거꾸로 가는 한국 정부 앞에서 끊임없이 신규 핵발전 건설 계획을 반대하고,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작년 개정된 K-택소노미에서 핵발전이 녹색경제활동으로 포함되면서, 신규건설을 인정하는 기준 중 하나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세부계획과 법률 제정’이 생겼다. 현재 세부계획은 존재하며 특별법안은 발의된 상태다. 핵발전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지 않도록 관련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전히 핵발전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생명들이 존재하고, 핵발전은 위험하고 결코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 그래서 안전하고 정의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글.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변인희 활동가
*이 글은 한국 YWCA 월간7, 8월호 소식지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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