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흐름과 역행하는 한국 정부, 원전 말고 안전한 세상으로

2024.03.15 | 탈핵

어느날 질문을 받았다.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가 있어?” 활동가가 된 이후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어 친구는 “원전 없이도 따뜻한 집을 유지하고, 친환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핵발전소(=원전)가 친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짚고서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나서서 ‘원전최강국’을 만들겠다는데, 심지어 방송과 언론에서도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소개하는 요즘 더욱 탈핵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원전이 없는 세상’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핵위험 앞에서 원전을 폐쇄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없애고, 재생에너지 늘리고, 에너지 수요도 줄이며 전환하는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전이 민생’이라 말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조금 시선을 돌리면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작년 연말 스페인은 2027년 탈핵을 시작해 2035년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 핵의 위험을 선택하지 않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추구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또한 독일은 2023년 4월 탈핵을 완수했다. 에너지위기 속에서도 탈핵을 우선하고, 태양과 바람의 힘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결정을 이행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탈핵을 실행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의 사례도 있다. 가까운 독일의 탈핵할 결심은 어디서 왔을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계기였다.

13년 전의 사고를 왜 아직도 기억해야 할까?

활동가가 되기 전 나에게 3월은 특별한 일 없이 매년 반복되는 봄의 계절이었다. 하지만 활동가가 된 이후 3월이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추모하고 기억하며, 후쿠시마 핵사고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실감했다. 또한 원전이 친환경일 수 없음도 말이다. 지금도 고향을 잃고 돌아가지 못해 고통받는 주민과 생명들이 존재하고, 핵폐기물은 처분할 곳이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 부지에 저장된 오염수를 육상 저장하는 대신 무책임하게 태평양에 버렸다.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전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제거하고 폐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단 1g의 잔해도 꺼내지 못했다. 핵사고로 인한 피해는 국경이 없고, 누구도 그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

 원전의 문제가 후쿠시마 핵사고뿐일까? 우리나라 원전은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의 대부분이 포화될 상황이다. 그 간 지역 주민들은 원전에 핵폐기물까지 떠안아 왔지만, 정부 정책대로 원전을 늘리면 핵폐기물도 늘어난다.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위험한 핵폐기물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의 ‘부지 내 저장’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최근 대안인 것처럼 말하는 작은 원전 ‘SMR’은 어떨까. 크기만 작을 뿐 핵폐기물이 발생하는 건 마찬가지다. 미국립과학원회보 연구에 따르면 기존 원전보다 되려 2~30배 많은 핵폐기물이 발생한단다. 우리가 사용한 전기의 책임을 미래와 지역에 떠넘기고, 방사능과 사고 위험을 떠안고, 어떻게 안전한 사회를 말할 수 있을까?

원전이 없는 세상은 어렵지만 가능하다.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고려해 에너지 수요와 소비를 줄이고,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 만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는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원전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 석유, 가스, 열에너지, 수송에너지를 모두 전기화하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2023년 전세계적으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5년에는 석탄화력발전을 넘어 1위 전력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원전을 많이 짓는다지만, 그보다 4배 이상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10배 이상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있다. 미국 역시 지난 20년간 정체된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는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흐름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지금처럼 원전을 새로 짓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하고, 핵 산업계에 적극 투자하면서 재생에너지는 죽이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와 안전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3월, 다시 후쿠시마 핵사고를 기리며 한국을 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기후가 아닌 정치를 바꾸자며, 기후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핵 진흥 정책을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고, 기후재난에 대응할 자원과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시간을 줄이고 있다. 이뿐일까. 재생에너지 투자의 대부분을 민간 기업이 차지하며 공공성을 위협하고,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력도 전무하다. 이에 녹색연합이 함께하는 ‘후쿠시마핵사고13년:에너지전환대회 준비위원회’는 3월 16일(토) 2시, 을지로입구역에서 정의로운 에너지를 선택하겠다고 선언하고, 정치의 응답을 촉구하려 한다. 대회에서, 또 대회 이후에도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길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의 손을 잡고 탈핵에너지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글. 변인희(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

이 글은 빅이슈 코리아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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