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기후위기 대응을 허비하는 대구시와 한수원의 SMR 업무협약을 규탄한다

2024.06.18 | 탈핵

기후위기 대응을 허비하는 대구시와 한수원의 SMR 업무협약을 규탄한다!

  • SMR은 핵폐기물을 만드는 허상일 뿐이다. 대구시는 SMR 협약을 폐기하고 건설 계획을 중단하라
  • 정부는 SMR을 비롯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전면 재수립하라

어제(17일) 대구광역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TK신공항 첨단산업단지 내에 ‘680MW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대구시는 전기본 실무안에서 SMR 1기 도입이 발표된 이후 광역지자체가 SMR 건설에 나선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는 원전 최강국 건설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 하에, 지역주민과 전 국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크기만 작을 뿐 다량의 핵폐기물을 남기며, 안전성과 기술이 모두 검증되지 않은 SMR을 추진하는 것은 핵산업계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다. 대구시는 협약을 당장 폐기하고 SMR 건설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핵산업계는 SMR을 마지막 희망처럼 여겨왔지만, 그 실상은 신기루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SMR을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왔으나 대다수는 상용화되지 못했으며, 경제성을 확보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되고 있다. 설사 개발이 완료되어 실제 가동되더라도 해당 지역에 핵 오염의 위험을 유발한다. 대형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SMR도 핵폐기물을 처분할 방안이 없는 점은 동일하다. 2022년에는 SMR이 기존 대형 핵발전소보다 최대 30배 많은 핵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2024년 프랑스 E&E 컨설턴트의 <SMR, 핵산업계의 새로운 신기루> 보고서에서는 SMR은 심각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고, 관련 프로젝트 역시 시연도, 개발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번 대구시의 업무협약은 ‘SMR 상용화 노력 및 SSNC* 활용 탄소중립도시 조성 협력’, ‘CF100 정책 활성화 등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북권 신공항 산업단지에 SMR을 결합해 탄소중립도시 조성을 협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니고, SMR의 핵폐기물 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서둘러 상용화부터 하려는 움직임은 무모하며 무책임하다. 더군다나 SMR이 도입될 산단에는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신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신공항과 SMR을 엮어 탄소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구에 SMR이 들어서면 낙동강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의 식수원이 방사능 오염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 SSNC(SMR Smart Net-zero City) : 스마트도시와 SMR을 결합한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 도시

나아가 SMR 개발과 건설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대구시 SMR 건설을 위해 SPC(특수목적법인)가 조달하는 총사업비가 4조 원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한정된 시간과 예산에 대한 투자와 지출의 우선순위는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어야 한다. 이번 협약은 향후 10년 가량을 불확실한 SMR 연구와 건설에 허비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산업부가 대구시와 2년 전부터 SMR 건설을 추진해온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귀중한 재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후위기 대응에 턱없이 부족한 낮은 수치로 잡고 있다. 산업부는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야지 불확실한 핵기술로 기후위기 대응을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핵발전소 건설 시도는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SMR도 핵발전소다. 핵발전소 건설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낳고 10만 년 동안 생태계와 격리 보관해야 할 핵폐기물을 늘리는 일이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핵폐기물의 부지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지난 6월12일 부안에서 발생한 지진처럼 최근 잦아지는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핵폐기물의 해결책과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SMR 건설을 추진하는 대구시와 한수원, 이 모든 것을 유발한 정부를 규탄한다. 

잦아지는 기후재난에 핵발전소는 안전하지 않다. 만에 하나 SMR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높은 비용과 위험성, 핵폐기물 문제는 여전하다. 신기루 같은 SMR을 쫓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10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대구시가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유산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면, SMR 협약을 즉각 취소하고 지역민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SMR을 비롯한 신규핵발전소 건설이 담긴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폐기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담아 재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길이다. 

2024년 6월 18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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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기후에너지팀장(070-7438-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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