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고리 1호기 해체는 2호기와 같이 추진해야

2025.06.27 | 탈핵

원안위는 안전과 경제성 모두 고려하는 책임있는 논의하라!

 고리 1호기 해체는 2호기와 같이 추진해야

2025년 6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고리 1호기 해체를 전격 승인했다. 그러나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결정은 부지 전체의 종합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 원안위 내부에서도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리 1호기 해체를 먼저 결정하는 것은 신중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위원회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고리 1·2호기는 주요 설비를 공유하는 만큼, 해체와 수명연장여부는 통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며, 원안위는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책임 있는 논의와 조정에 나서야 한다.

고리 1호기와 2호기는 주요 설비와 계통을 공유하는 ‘쌍둥이 핵발전소’이다. 하나만 먼저 해체할 경우 방사선 관리, 비상 대응 체계, 작업 간섭 등 복합적인 위험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원안위에 제출한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안건에는 이러한 안전성 우려를 해소할 만한 책임 있는 설명이 담겨 있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핵발전소 해체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없이 추진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게다가 고리 1호기를 해체할 경우, 고리 2호기에 미치는 간섭과 영향은 불가피하다. 두 호기는 배관, 해수 처리 설비, 터빈, 액체 폐기물 증발기 등 다수의 주요 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해 왔다. 한수원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고리 2호기의 설계를 변경하고, 소음 및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법을 적용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해체 작업에서 어떤 예기치 못한 영향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는 섣부른 결론일 수밖에 없다.

오늘 원안위의 결정은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리 1호기 해체만을 먼저 승인한 것으로, 고리 부지 전체 운영에 대한 종합적 계획이 부재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개별 핵발전소 호기의 해체와 운전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상호 연계된 통합 전략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는 이미 포화 상태이며, 이를 이송할 영구 처분장이나 중간 저장시설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역사회는 건식 저장시설 도입에 대해 지속적인 반발을 보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의 입장만을 받아들여 고리 1호기 해체를 진행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결정이며, 지역사회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의 사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과 비상 대응 매뉴얼이 미흡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비정상 사건을 선정하고 그 시나리오별 선량평가를 통해 해체 작업자와 주민의 피폭문제를 과소 평가했다. 한수원 측은 설계기준사고를 고려해 자연 재해를 비롯한 다양한 사고에 대비했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정해진 시나리오 안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이다. 한수원이 말한 조건인 해체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사고 인지 후 사고 구역 이탈까지 대피 시간 10분 동안 방사선에 피폭된 것으로 가정하고 계산된 안전이 정말 안전한 것인가?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 시 대응 체계가 불명확한 가운데, 해체 공정의 안전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실질적인 국민 보호와 거리가 멀다.

한수원과 핵산업계는 ‘500조 원 규모의 핵발전 해체 시장 진출’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을 무시한 과장된 기대에 불과하다. 핵발전 해체 사업의 대부분은 인건비, 폐기물 처리 비용, 장비 운용 등 현지에서 소화되는 지출로 이루어지며, 실제 수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수원이 해외 해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현지 인력이 해체 작업을 수행하고, 부품·장비 조달과 폐기물 처리는 현지 업체가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수원과 핵산업계가 주장하는 500조 원 규모 시장 진출은 실체 없는 과잉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 불확실한 해외 수익을 쫓아,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고리 1호기의 단독 해체를 성급히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오히려 핵산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원안위의 이번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결정은 기술적 타당성, 절차적 정당성, 사회적 신뢰라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을 모두 무시한 결과다. 규제 기관으로서 원안위가 그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길은 명확하다. 이미 승인된 고리 1호기 해체는 고리 2호기의 운전 여부, 지역사회 수용성, 사용후핵연료 처리 대책 등과 긴밀히 연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 절차를 중단하고, 고리 1호기 해체는 2호기와 동시 해체 계획으로 변경하여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 특히 부산·울산·경남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2025년 6월 27일
탈핵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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