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서한] 비핵가원(非核家園)을 향한  대만 시민들의 탈핵 여정에 연대합니다.

2025.07.28 | 탈핵

한국의 시민환경단체 녹색연합은 대만 시민사회가 수십 년에 걸쳐 이뤄온 ‘비핵가원(非核家園, 핵발전소 없는 국가)’의 여정을 지지합니다.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한 수많은 대만 시민들의 목소리와 헌신에 연대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 5월 17일, 마안산 제2 핵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대만은 공식적인 탈핵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2 핵발전소 폐쇄를 한 달 앞둔 지난 4월, 친원전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마안산 핵발전소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발의했고, 이 투표는 2025년 8월 23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대만이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낸 탈핵의 흐름을 뒤흔들려는 정치적 개입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는 대만 사회가 다시 한번 탈핵의 길을 지혜롭게 선택하리라 믿습니다.

핵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점만으로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사고 시 돌이킬 수 없는 환경 재앙을 초래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과 비용 면에서도 태양광·풍력보다 효과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또한 켜고 끄는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인 핵발전은 변동성 전원이면서  분산형 전력망이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가로막습니다. 

우리는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이 초래할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수명이 다한 기계를 무리하게 연장 사용하는 것으로, 고장과 사고의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가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준위 핵폐기물도 늘어나지만, 이를 안전하게 처리할 기술이나 장소는 여전히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폐기물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거나, 국민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무책임한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마안산 핵발전소가 활성단층 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핵사고는 내진 설계를 초과하는 자연재해가 얼마나 광범위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핵발전소의 내진 기준을 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설비 손상이 아니라 핵심 안전 계통의 붕괴, 곧 대규모 방사능 유출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핵발전이 태생부터 군사 기술에서 출발했으며, 오늘날에도 불평등과 비민주적 결정, 생명과 생태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윤을 위해 지속되는 기술적 신화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핵 없는 세상은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고, 정의로운 사회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시대적 과제입니다.

대만이 선언하고 실천해 온 탈핵의 길은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에게 큰 영감과 희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국민투표가 그동안 대만 시민들이 이뤄온 탈핵의 역사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길을 뒷걸음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녹색연합은 한국에서, 그리고 아시아의 시민들과 함께 대만의 탈핵 여정을 지지하며 행동할 것입니다.

2025년 7월 25일
녹색연합

☑️담당: 기후에너지팀 박수홍 활동가(070-7438-8510, clear0709@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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