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제223회 회의에서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과 고리2호기 계속운전(수명연장) 허가(안)을 상정하여 심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사고관리계획서는 재적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승인됐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졸속심사의 전형이었다.
사고관리계획서는 핵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한 대응 체계를 담은 필수 안전문서다.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는 항공기 충돌 등 중대사고와 대기 중 방사선 피폭 등에 대한 핵심 안전평가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이전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안건이었다. 이번 회의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지만 원안위는 충분한 검토와 검증없이 단 한 달 만에 동일한 안건을 다시 상정해 다수결로 승인했다. ‘기준 미비’를 이유로 결론 내리지 못했던 사항이 개선없이 통과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다 ‘사업자의 일정과 이해관계’를 우선한 결정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심사 과정 역시 부실했다. 중대사고 시나리오의 타당성을 검증할 독립적 전문가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고, 임기가 만료된 공학전문가 2명이 빠진 상태에서 심의가 진행됐다. 대기 중 방사선 피폭평가는 국제적 보수기준인 95% 대신 50% 값만을 적용해 방사선 확산 위험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사업자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고, 이걸로 심사를 해야 하니 현실적인 가정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원안위는 이런 취지를 사실상 수용했으며, 안전 문제를 비용편익적인 관점으로 치부하는 행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수소 폭발 분석 역시 최신 모델이 아닌 낡은 분석모델로 대체됐다. 이처럼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는 실질적 안전 검증이 아닌 ‘형식적 통과’에 불과했다.
이번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에 이어, 원안위는 다음 회의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허가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졸속심의를 반복하고 있는 현 원안위가, 고리2호기 반경 30km 이내에 거주하는 부울경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수명연장을 심의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또한 고리 2호기 졸속심사 행태는 수명만료를 앞둔 9기의 노후핵발전소 관련 심의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안전 규제기관의 책무를 저버리고 사업자의 이익 비호기관으로 전락한 원안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원안위는 더 이상 형식적인 심의와 사업자 봐주기식 승인으로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이에 원안위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관련 고시와 심사기준을 재정비하라.
- 외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독립적 재검증 절차를 마련하라.
- 고리 2호기 불법 수명연장 심사를 전면 중단하라.
2025년 10월 24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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