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불공정 비밀협정에 대한 감사원의 ‘면죄부’ 판단을 규탄한다.

2025.12.10 | 탈핵

  •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불공정 비밀협정 관련 시민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감사원의 사실상 ‘종결’처리에 부쳐

감사원은 최근, 12월 5일자로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간 불공정 비밀협정 관련 시민 813명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25.09.19 접수)에 대한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검토 결과, 시민들이 감사를 요청한 핵심 사안들에 대해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청구를 사실상 전부 종결 처리했다. 감사원은 이번 청구에 대해 “외교·국가 정책은 감사하기 어렵다”, “위법·부당함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대부분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례 없는 굴욕적·종속적 계약이라는 시민들의 문제 제기를 외면한 결정이다. 결국 감사조차 하지 않은 이번 조치는 감사원이 해당 사안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번 감사청구 내용의 핵심 사항들은 불공정 협정이 체결된 경위, 협정 과정에서 제대로 따져보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충분히 비교하고 판단했는지, 본 협정과 연관된  원전건설 사업에 대한 경제성 평가 등 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런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협정이 한·미 정부 간의 정책적·외교적 사안이 함께 얽혀 있어 감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에서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를 ‘외교·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감사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결국 이번 사안을 영구히 은폐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국민 알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결정이다. 더구나 전례 없는 굴욕 조항들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기밀을 이유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감사원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결국 협정 당사자들이 의도적으로 숨겨온 불공정성을 그대로 두고, 그들이 바라던 침묵을 감사원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감사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형식적으로 확인했을 뿐, 정작 부당한 굴욕계약의 핵심 논란은 모두 외면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형식적 절차 준수’가 아니라 ‘내용의 부당성’에 있다. 절차가 맞다고 해서 굴욕적인 계약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구나 한수원과 한전의 이사회 논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합리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그 절차가 왜곡된 정보, 과장된 전망, 외부 압박 속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었는지 먼저 따졌어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성과 만들기’라는 강한 외부 압력이 존재하던 상황을 고려하면, 한수원과 한전이 독립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불리한 조항이 이사회 심사 과정에서 완화되었다고 하나, 최종 협정이 여전히 한수원과 한전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만큼, 이러한 의결 과정이 과연 합리적이고 국익을 중심에 둔 결정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이 체코 원전 사업의 경제성에 대해 “불확실해서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감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이 크고, WEC와의 굴욕적·종속적 협정 내용이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난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 엄격한 감사가 필요하다. 체코와의 계약은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한국이 책임지는 고정가 ‘턴키(EPC)’ 방식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인허가 지연, 예산 초과 등 모든 위험을 한국이 떠안는 구조다. 이 방식은 국제적으로 실패한 모델로 평가되며, 사업 구조상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과거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계약처럼 수천억 원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명백한데도, 감사원이 “불확실하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를 종결한 것은 정부와 공기업의 잘못을 감싸는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원전 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사양길에 들어섰다. 기술력도 부족한 한국 원전 산업이 굴욕적 비밀협정까지 체결하며 경제적 손실이 확실해진 지금, 정부가 허황된 원전 수출 드라이브를 계속할 이유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은 시민 813명이 청구한 감사 요구를 단지 ‘한 건의 불공정 협정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부정의한 원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원전업계가 무엇을 감춰왔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누가 이러한 결정을 지시했는지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이에 탈핵시민행동은 감사원에 강력히 요구한다. 시민 813명의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불공정 비밀협정 관련 시민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사실상 ‘종결’처리를 즉각 철회하라. 한수원·한전이 체코 당국과 맺은 계약, 그리고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비밀협정의 전 과정을 예외 없이 즉시 전면 감사하라. 감사원이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데 앞장선다면, 그 자체가 직무유기이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2025년 12월 10일
탈핵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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