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에 참석하여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추진 여부를 국민 여론조사와 대국민 토론회 등을 거치는 공론화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정책의 안정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시도이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왜곡된 공론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탈핵·에너지전환의 원칙을 재확인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참여단은 핵발전 축소(53.2%)를 응답했고 확대 응답 비율은 9.7%에 불과하여,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이미 결정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 국민적 결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제11차 전기본에 신규 핵발전 계획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현 이재명 정부는 시민 공론화 결과를 무시한 윤석열의 과오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는커녕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내세워 윤석열의 핵폭주정책을 정당화하려는 또 다른 ‘가짜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 공론화의 결정을 뒤엎는다면 이재명 정부의 공론화 결과 또한 향후 정권에 따라 언제든 무력화될 수 있다. 공론화 제도의 취지와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핵발전소 신규 건설 여부는 고도의 기술·경제·환경 전문성과 장기적 비전, 지역사회 영향, 기후위기 대응 등 수십 년을 내다보는 복합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김성환 장관이 언급한 국민 여론조사와 대국민 토론회는 사안의 복잡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우며, 피상적인 정보나 감성적 논리에 쉽게 휩쓸려 기술적 타당성이 결여된 결정이 내려질 위험이 크다.
이는 전문성과 숙의의 깊이를 갖춘 전문가 그룹과 시민사회의 판단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또한, 장기 전략인 전력수급계획을 단기적 민심에 기반한 여론조사로 결정하려는 시도는 정권 교체나 여론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 쉽게 뒤집히게 만들어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국내외 에너지 산업 생태계에 불확실성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축적된 시민 공론화 경험과 민주적 결정을 이렇게 가볍게 뒤집는 태도는 촛불로 지켜낸 광장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은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생명·안전과 지방자치의 정당성이 걸린 문제인데, 중앙정부가 이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드는 것은 주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12월 3일 내란의 밤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을 존중한다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통한 새로운 공론화를 추진하여 이미 내린 국민적 결정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다. 신규 핵발전 건설 추진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이미 국민적 합의로 결정된 탈핵 및 신규 핵발전 중단 원칙을 존중하며 계승해야 한다.
우리는 탈핵 에너지 전환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적 합의를 무너뜨려 과거로 회귀하려는 모든 시도를 반대하며, 그 과정을 엄중히 지켜볼 것임을 천명한다.
2025년 12월 10일
탈핵시민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