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F학점’, 다시 계획하라!

2013.02.12 |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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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F학점’, 다시 계획하라!

– 전력수급기본계획, 총체적 부실 드러나
-의견 무시, 수요 과다, 환경과 지역사회 파괴, 원전 등 계획 누락
-문제점 보완하고 의견 수렴해 다시 계획해야

그동안 감춰져 있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립절차에서부터 과다한 수요전망, 발전소 건설의향 선정과정에서의 불투명성, 온실가스 감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화력발전과 민간발전소의 비중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 제출하는 보고서라면, 그야말로 ‘F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는 지난 1일 이해관계자들과의 여론 수렴도 없이 기습 공청회를 열려다가 파행을 겪더니 이제는 오늘(7일)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청회를 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전력수급계획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면서 올해 예정된 상위계획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맞춰 ‘F학점’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다시 계획해서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


다양한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해야

첫째,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본적인 절차조차 수행하지 않았다. 기본계획 확정을 불과 1주일 앞두고 기습 공청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심지어 수급계획에 참여한 위원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공청회나 설명회 규정이 없어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바, 국민과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추가해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요 전망 과다…전기요금 개편 등 정책 반영해야

둘째, 기준 수요 전망치가 과도하게 예측됐다. 지식경제부는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미시모형에 거시모형을 신규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전기요금을 매년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의 1/3수준으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2024년 기준 전력소비량이 5차 계획에 비해 9.2%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에너지요금 전면 개편 정책과도 맞지 않으며, 수급계획에서 수요관리 목표로 제시한 전기요금 제도 개선과도 불일치하는 자기 모순적인 행태이다. 계획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의 수요 관리 정책을 반영해 기본계획이 작성되어야 한다.


환경·지역사회 고려한 평가기준 의무화해야

셋째, 온실가스 감축과 지역주민에 대한 고려 없이 ‘민간’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였다. 2027년 피크기여도 반영 기준으로 석탄화력 비중은 34.6%에 달할 전망이다. 2020년 BAU대비 30%를 줄이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전력 1kW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이 991g으로 석유(782g), LNG(782g), 태양광(57g)에 비해 가장 많다.

석탄 화력 비중의 확대는 세계적인 석탄 화력 축소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석탄화력이 밀집한 당진, 태안, 보령 지역 주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며, 신규로 반영된 강릉과 삼척 주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여기에 민간화력 발전사업자가 대폭 선정되면서 대기업 재벌에게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는 정부가 환경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지역수용성과 계통여건을 우선 고려해 발전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건설의향 평가기준을 보면, 지역수용성에 대한 배점은 5차(30점)보다 오히려 5점이 적은 25점이다.

또한 환경여건 기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노력(6점)을 추가해 총 배점 14점으로 5차(10점)에 비해 다소 비중을 높였으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화력을 대거 늘리면서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적 검토가 계획수립과정에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사전 환경성 검토 등을 첨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피크기여도 변경 근거 밝혀야

넷째, 신재생에너지 실효용량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지식경제부는 신재생에너지를 2027년까지 발전량 비중 12.5%, 발전설비 비중 20.3%로 제5차 계획에 비해 높게 잡았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설비는 부하조절이 불가능하므로 발전설비 계획에는 피크 기여분을 반영한 실효용량 456만kW를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6차에 제시한 피크기여도가 5차 때 제시한 것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다. 풍력의 경우 5차(24.6%)에 비해 4분의 1수준인 1.5%로, 태양광은 5차(18.0%)보다 낮은 13%로 돼 있다. 피크기여도에 따라 실제 반영되는 실효용량이 달라지고 전체 전원 믹스가 변하는 만큼 변경된 피크기여도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설명이 있어야 한다.


원전과 송전선로 계획 이후에 세워야

다섯째, 핵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식경제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시까지 핵발전소 신규 반영을 유보하고, 허가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안정성 확인을 전제로 경제성·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계획안에는 발전설비계획만큼 중요한 송배전설비계획도 빠져 있다.

핵발전소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기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밝힌 것처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되고 핵발전소 비중이 정해지면, 그 때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또한 송전선로 계획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전소 건설 계획만 세운다면, 이는 “바늘만 있고, 실은 없는” 형국이 되어 버린다.

국민들이 문제투성이인 ‘F학점’ 국가계획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핵발전의 안전성과 전력수급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또한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지식경제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번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절차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정해진 이후에 다시 전력수급을 계획해도 늦지 않으며, 그래야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점수를 받을 수 있다. F학점을 받으면 재수강이 원칙이다!

2013년 2월 7일

녹색연합


문의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연락처 010 – 3377 – 5440 moonya@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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