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은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34주기…스리마일, 우리와 같은 가압경수형 사용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가 발생한 지 이제 겨우 3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사고가 현재 진행 중임에도 국내 주요 언론이나 시민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일부 언론에서 일본 현지의 사고 피해와 지역 주민들의 대피 상황, 핵발전소 폐쇄의 어려움 등을 전하긴 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일본이 오히려 그 재앙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익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탈핵’기조가 후퇴하고 있다는 소식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이제 겨우 3년이 흘렀을 뿐인데, 후쿠시마의 교훈은 이렇게 퇴색되고 있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TMI) 핵발전소 사고는 지금까지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스리마일 사고는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라는 더 큰 참사를 겪으면서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년도 아닌 34년 전 사건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스리마일 사고 34주기를 맞아 스리마일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이유가 있다.
먼저 사고가 발생한 스리마일 핵발전소가 국내 원전과 같은 가압경수형(PWR)이라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내 핵전문가들은 일본 원전은 비등경수형(BWR)으로 국내 원전과 달라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원전 유형인 스리마일에서도 대형 사고가 발생했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더 크게 확산되지 않은 이유가 가압경수형 원전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리마일 원전은 사고 당시 가동한 지 고작 4개월 된 신형 원전이었고, 후쿠시마 원전은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하고 있던 노후원전이었던 사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스리마일 핵발전소의 사고 원인도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스리마일 원전 사고는 기기고장과 사람의 실수, 감독기관의 관리부재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적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마찬가지였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쓰나미와 지진뿐만 아니라 ‘인재’가 사고 원인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핵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사고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는가.
지난해 고리원전 1호기 전원상실과 조직적인 은폐 사건은 우리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여기에 중고부품 납품비리와 필로폰 투약 사건까지 발생했다. 국내 원전 안전 관리에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그런데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됐던 한국수력원자력 간부 직원 전원이 원래의 자리로 복귀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 조직과 사람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어느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까. 핵전문가들조차도 인적 오류의 취약성을 지적하면서 안전문화 확산과 교육훈련, 인력보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리마일 사고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과 상호교류가 이뤄졌다. 미국에서는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관한 기준과 원전 운영 자격요건, 원전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대폭 강화됐다. 일본도 그 당시 스리마일 사고의 중대성을 인식해 원자력안전위 산하에 ‘미국원자력 발전소 사고조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고조사 분석과 권고사항을 마련해 시행했다. 그러나 일본은 32년 후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우리에게 스리마일의 교훈이 다시 필요한 이유다.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활동가